동은 김충식(1889~1953) 선생 70주기를 맞아 강진생명과학고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다. 학내에 동은선생의 기념물을 세우고, 까치내 목장에 유재의 선생의 기념물을 세우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분들이 강진생명과학고의 전신인 강진농고의 초석을 놓은 사람들이고, 이들을 예우하는 일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강진생명과학고는 동은선생이 1937년 강진읍 교촌리 281번지 36필지 5만평을 기부해서 세워진 학교다. 땅만 기부한게 아니다.

동은선생은 이곳에 교실 8개가 있는 본관과 강당이 들어가는 부속건물을 사재로 건축해서 기증해 강진농업학교가 출범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강진농업고등학교는 전국 명문학교로 성장했다. 강원도와 제주도에서도 학생들이 왔다.

6.25 전까지는 동은선생의 흉상이 학교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민군들이 퇴각하면서 학교를 불태웠을 때 사라진 것 같다고 한다. 그 뒤로 강진농고에는 동은선생의 기념물이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았다. 

6.25 이후 지역사회내에서 동은선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부분은 있었다. 그것은 친일문제였을수도 있고, 일제강점기 사업을 키웠던 기업인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적인 비난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념물을 다시 세우는 일이 유야무야 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역사적인 인물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은선생은 해방직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지금돈으로 5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는데, 연세대 측은 1960년 병영에 있는 동은선생의 묘앞에 감사의 기념비를 세웠다.

그 기념비에는 ‘그 뜻은 이 겨레에게 길이길이 빛나리’라는 문구가 세겨져 지금도 전해 온다. 연세대 측이 세운 기념비는 다른 것은 몰라도 ‘연세대에 기부하면 반드시 기억하고, 예우한다’는 원칙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다. 

강진도 지역사회에 기부한 사람들은 반드시 예우한다는 전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 첫 단추가 동은선생에 대한 예우다. 전남생명과학고가 나서면 지역사회도 반드시 동참해 줄 것이다. 먼저 지역사회가 나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남생명과학고가 예우해야 할 사람은 동은선생뿐 아니다. 목리의 유재의 선생은 동은선생이 학교부지를 기부한 두 달후 작천 까치내재에 있는 산 21만8천340평을 기증해 농업학교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

21만평이란 산은 지금도 크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규모다. 강진교육 살리겠다는 대단한 각오가 아니면 기증하기 힘든 돈이다. 이 산 역시 지금도 전남생명과학고의 실습농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목장 입구에 ‘이 땅은 유재의 선생이 기증해서 오늘날 전남생명과학고 학생들이 실습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라는 기념비를 세우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과업은 아니다.      

동은선생 70주기를 맞아서 강진에서 기부한 사람들에 대한 문화를 새롭게 정립해 갈 필요가 있다. 출향인이나 외부인들로부터 고향사랑기부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그들을 잘 예우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특산품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들을 기억할 장치를 만들어 가는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런데 김충식 선생이나 유재의 선생같이 기부를 많이 한 사람도 예우하지 못하면서, 고향사랑기부금이나 군민장학금 낸 사람들을 어떻게 예우하겠다고 할 것인가.     

우리가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을 예우하자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더 많은 기부금을 받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

지역사회와 전남생명과학고가 힘을 합해 김충식 선생과 유재의 선생에 대해 예우를 하면 대단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강진에 기부하면 반드시 기억하고, 예우한다’는 원칙을 보여주는 일이다. 동은선생 70주년이 우리에게 그런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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