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인/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생 공직체험)

한 해의 마무리를 알리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연일 북적거리던 대학도 눈에 띄게 한산해진다. 마치 겨울잠을 자기 위해 좋은 터를 찾으러 다니는 동물들처럼 제각기 자신의 집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가기 적절한 때를 맞추기 위해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이번 고향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조금 특별했다. 왜냐하면 강진군에서 시행하는 ‘대학생 공직체험’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공직체험’은 고향이 강진인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신청해보았을 만큼 매년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는 10명 남짓 선발해왔으나 23년도에는 더 많은 대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체험 인원을 50명으로 대폭 늘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향에 내려온 적절한 타이밍과 눈앞에 놓인 달콤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예약 메일까지 설정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학생 신분에 익숙해질 때쯤, 출근하라는 기쁜 메시지를 받았다. 

본격적인 체험을 위한 설명회가 끝난 뒤, 공직체험 업무를 담당하는 분과 배정받은 기획홍보실로 향했다.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낯선 사무실 속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있으니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과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색한 공기에 출근한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간단한 사무보조 업무부터 강진군 유튜브에서 진행하고 있는 컨텐츠의 촬영 보조, 요즘 MZ세대 감성에 맞는 영상촬영 과제를 부여받아 기획부터 직접 촬영까지 진행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전날 폭설로 인해 군민들이 통행의 불편함을 겪자 다 같이 거리로 나가 눈을 치운 순간이다. 한 손에는 빗자루, 다른 한 손에는 손난로를 움켜쥐고 눈으로 뒤덮인 거리를 바라보던 순간은 아마 꽤 오랜 시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어느새 시간이 꽤 흐르고, 누군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공직체험을 시작하기 전 12시까지 침대에 누워 늦장 부리던 내가 오전 7시 30분 알람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에겐 지극히 평범한 기상 시간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방학이라는 해방감에 취해 있던 나에게 7시 30분 기상과 규칙적인 생활은 나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취감을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작은 성취감이 조금씩 모여,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시간을 완성했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강진’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같은 공간,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고 다양한 공간과 업무를 경험하면서 공직자의 역할과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공직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계신 분들과 함께 대화하며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하는 고민의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일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공직체험이라는 좋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 나를 마주하러 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이제 군청을 떠나지만 함께했던 공직자분들과 이곳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마음에 새기며 짧지만,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대학생 공직체험을 마무리해본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