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강진군 식품위생팀장

‘엄마, 이거 유통기한이 지났는데 먹어도 돼?’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올해 1월 1일부터 유통기한대신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공전에 의하면 ‘소비기한’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는 식품의 판매 허용 기간인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에서 보관 방법 준수 시 안전하게 섭취 가능한 기한을 알려주는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비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적용되는 규제 변경이라 할 수 있다. 

유통기한 경과 제품은 소비자가 ‘과연 먹어도 되는지’ 섭취 여부를 고민하거나,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등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 충분히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이 갈수록 늘어난 것도 소비기한 제도 도입 배경이다. 여기에 EU·미국·일본·호주·캐나다 등 OECD 대부분의 국가가 소비기한 표시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도 한몫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면,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이다. 소비기한은 식품의 맛·품질이 급격히 변하는 시점을 실험 등으로 산출한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80~90%로 설정한 것이다. 유통기한은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생면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이 10일이라면 유통기한은 6~7일, 소비기한은 8~9일이다. 제품별 정확한 기한 산정은 실험 원칙에 따라 설정된다. 소비기한 설정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포장 재질, 보존 조건, 제조 방법, 원료 배합비율 등 제품의 특성과 냉장 또는 냉동보존 등 기타 유통 실정을 고려한 실험을 실시한다. 설정된 ‘품질안전 한계기간’ 내에서 실제 유통조건을 고려해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소비기한을 결정한다. 

통상적으로 ‘품질안전 한계기간’을 도출하기 위한 실험은 기존의 유통기한 설정 시험과 동일하나,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간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유통기한과 같거나 좀 더 길다고 볼 수 있다.

제도 정착 지원을 위해 현재는 실험을 먼저 마친 23개 식품 유형의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공개하고 있다. 50개 유형, 430여 개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기한 설정실험을 통해 오는 1월 말까지 소비기한 참고값을 발표할 예정이다.

식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식품폐기량은 연간 541만 톤에 달하며, 처리비용만 매년 1조960억 원이 든다고 한다. 그 중 음식물 폐기 제품의 65%는 섭취하지 않은 새 제품이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연간 소비자 8,8860억 원, 산업체 260억 원 편익 발생이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식품제조 가공업체의 포장재 교체와 폐기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탄소 저감 기조에 역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해 유통기한이 표시된 포장재를 당분간 사용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올 연말까지 허가했다.

앞으로는 장을 볼 때 소비기한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단, 소비기한은 제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나타낸 것이므로 하루라도 지나면 꼭 폐기해야 한다. 귀찮더라도 먹을 만큼 소량씩 구입 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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