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이한영茶문화원장

‘고객가치’(또는 가성비)란 고객이 어떤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말한다. 고객들은 당연히 고객가치나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니 판매자는 고객이 지불한 비용보다 얻는 이익을 높일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가치란 주관적이니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제품에 따른 편차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차(茶, tea)’와 같은 기호품은 더욱 그렇다. 

 차의 경우, 고객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차’라는 제품 안에 들어있는 제안(提案)이다. 예를 들면, 건강, 치유, 웰빙, 다이어트, 교양, 품위, 안정 등이 그것이다.

모두 현대인들에게 공감 받을 만한 제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는 고객들의 시선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이런 제안들은 고객들에게 너무 익숙하다.

또 시중에는 이런 제안을 표방하는 제품이 너무 많다. 그에 더하여 간편하게 음용할 수 있는 기능성 식품들도 많고, 커피라는 막강한 상대도 있다. 

 ‘차’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고객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는 제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 중의 하나로 차 스토리텔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같은 가격대의 물건이라면 스토리가 있는 물건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이야기하기’라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즉 스토리텔링은 이야기(상대에게 알리고자 하는 내용)를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하여 상대에게 전달하는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차’에 스토리가 더해져 적절한 방식으로 이야기된다면, ‘차’는 고객의 가슴을 파고 들 수 있는 제안을 갖춘 물건이 될 수 있다.

 대만의 대표적 명차로 알려져 있는 ‘백호오룡(白毫烏龍)’은 재배과정에서 ‘소록엽선’이라는 벌레의 피해를 입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잎을 모아 만든 차이다. 벌레의 피해를 적당히 조절하면서 재배하기 때문에, 다른 차에 비해 재배가 여간 까다롭다.

또한 많은 양의 차를 만드는 것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이미 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일상적으로 차를 마시는 분들에게는 흥미를 끌어 모을 만한 스토리일지 몰라도, 차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다.
 
 같은 제품이어도 다음의 스토리는 어떨까? 한 상인이 백호오룡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진상하였는데, 여왕이 차를 마셔보고는 ‘하늘거리는 찻잎의 모양새와 아름다운 향기와 맛이 마치 동양의 미인이 춤을 추는 듯하다.

이 차를 동방미인(Oriental Beauty)이라 부르겠다.’고 하였다. 진위는 알 수 없다. 다만 백호오룡은 이러한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의 세계적 명차가 되었다.

 차의 특성과 기능적 우수함도 물론 필요한 이야기이지만, 그것만으로 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끌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국의 여왕이 맛을 보고 반하여 붙여준 별칭이 있는 차라는 스토리가 더해지면 더없이 매력적인 차가 된다.

차의 맛을 구분할 줄 모르더라도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차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다면, 가격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싼 가격마저 ‘과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귀한 차로군!’ 하며 납득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토리는 무엇이고, 무엇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여러 스토리가 있겠지만, ‘다신계(茶信契)’에 근거하여 스승과의 약속을 100년 이상 지킨 옛 선비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차를 매개로 사제 간의 신의를 지켰다니, 이 얼마나 고귀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차가 아닌가. 여기에 역사적 기록물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찾아내 추가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스토리는 없을 것이다. 영화 <전당포 사나이들>의 대사 “우리는 스토리 없는 유물을 사지 않는다.”를 새겨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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