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투각칠보문뚜껑향로(靑磁 透刻七寶文蓋 香爐). 12세기 강진에서 만들어진 상감청자의 걸작이다. 1967년 국보로 지정됐다. 이 상감청자는 세련됨으로 가득찬 고려청자에서 드물게도 다양한 기교를 부린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수다스럽다’ ‘가장 어여쁘다’는 미사여구가 따라 다닌다. 

향로는 위로부터 뚜껑과 몸체, 이를 받치고 있는 받침대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걸작을 제일 아래쪽에서 떠 받치고 있는 세 마리의 동물이 있는데, 이 것들이 토끼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청자의 무늬나 조각에 사자, 오리, 원숭이, 잉어, 용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토끼는 생소하다. 

향로를 자세히 보면 쭈그려 앉은 토끼 세 마리가 등으로 원판을 떠 받들고 있다. 토끼는 크기가 아주 작으며 단순화해서 조형됐다. 하지만 앙증맞게도 눈과 기다란 귀, 쭈그린 뒷다리와 앞다리 등의 포인트가 모두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토끼의 두 눈이 작지만 아주 선명하다. 검은흙과 흰흙등을 물감처럼 물에 풀어 갠 뒤 이걸로 눈망울을 그린 다음 그 위에 유약을 발랐다. 소위 퇴화(堆畵)기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자투각칠보뚜껑향로에서 이 토끼 새 마리가 ‘씬스틸러’라고 한다. 씬스틸러란 존재감은 적지만 주연을 뛰어넘는 큰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나 캐릭터를 말한다.

요즘 많이 보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 회장의 고명딸 진화영(김신록), 진화영의 남편 최창제(김도현)등이 씬스틸러로 꼽힌다. 투각향로에서 토끼 새 마리의 비중은 아주 적지만 전체 작품의 존재감을 확실히 살리고 있는 스타급 토끼라는 것이다. 이미 1970년대에 나온 평가다.

토끼가 청자에 조형되거나 새겨진 경우는 귀하다. 이 투각향로와 일본의 오사카시립박물관에 있는 ‘포도와 어린아이 무늬를 넣은 표주박형 청자’가 전부라고 한다.

13세기에 역시 강진에서 생산돼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표주박형 청자는 고구려 벽화에서 태양새로 표현된 세 발 까마귀와 달을 상징하는 토끼가 상감돼 있다.

달은 풍요의 상징이다. 민속학자들은 향로를 받치는 세 마리 토끼를 ‘토끼같은 자식’이란 말을 인용해 다산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토끼의 새해가 밝았다. 토끼해 연초에 청자축제가 열린다. 왠지 예감이 좋다. 새해, 토끼처럼 뛰어 보자.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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