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병 넘어 협종과 오르골, 그리고 스타벅스까지

2002년 성전서 청자공방 창업, 현재 칠량서 활동
다양한 디자인으로 2015년부터 중국까지 진출

 

 

강진은 전국 최대 청자 도요지로, 전국의 50% 수준인 188개의 가마터가 남아있다. 청자 도시의 위용을 자랑하는 강진에서 고려청자의 맥을 잇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공방 ‘토우’의 김유성 대표는 1999년 성화대학교 도자기공예학과에 입학 후 지금까지 청자 공예가의 한 길을 걷고 있다.

2004년 대한민국청자공모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전국 차도구 공모전 대상, 전국관광기념품공모전 국무총리상, 전국관광기념품공모전 문체부 장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그간 김유성 대표의 열정과 노고를 잘 말해준다.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다양한 제품 개발과 연구에 몰두하는 김유성 대표를 만나본다. 

청자의 도시, 강진의 대부분의 공방들은 고려청자박물관이 자리 잡은 대구면에 몰려 있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 칠량면의 구로마을에 김유성 작가(47)가 대표로 있는 ‘토우’ 공방이 있다.

‘토우’ 공방 옆에는 강광묵 대표(59)가 운영하는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가 나란히 붙어 있다. 언뜻 사업체와 집으로 보일 만큼 건물은 거리감 없이 붙어 있다.

이처럼 엄연히 다른 사업체가 하나로 묶여 있는 데에는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이 자리한다. 김유성 작가와 강광묵 대표는 성화대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나 10년 이상 동고동락해온 사이이다. 

강광묵 대표가 성화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했던 시절, 김유성 작가는 공예학과 99학번 학생으로 입학해, 사제의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김유성 대표는 청자의 매력을 “다른 도자기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따라서 실패율도 높아, 역으로 원하는 작품이 나왔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되는 점”에서 찾는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점도 고생스럽지만 청자를 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하니, 1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지독한 청자 사랑은 오랜 연인과의 밀당 그 이상으로 가늠된다.

 

2002년 성화대학창업보육센터의 지원을 받아 처음 ‘토우’를 시작했을 때, 머지않아 청자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했다. 그렇게 30대의 늦깎이 제자는 40대 후반의 도예 작가가 되어 있다.

그들이 꿈꾸었던 청자의 르네상스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공예가로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며 보낸 의미 있던 시간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다양한 청자 공모전에서 많은 수상을 거머쥐었지만, 상 자체보다 매번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이 오늘날의 작가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함께 시작한 대학 동기들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함께 하는 사람은 교수였던 강광묵 대표와 제자였던 김유성 대표, 단 둘 뿐이다. 청자를 업으로 삼는다는 게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강진에서 청자를 굽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청자의 역사가 살아있는 강진의 특별함을 꼽을 수 있다.

전국 청자 가마터의 절반 이상이 자리한 강진의 특성과 여기에 차를 아끼는 다산의 흔적을 청자에 녹여 넣으면 얼마든지 ‘혼’이 담긴 청자 제품들을 상업화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청자와 다산의 콜라보는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앞으로 개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청자는 입자가 곱고 불량도 많아 깨지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초벌, 재벌 과정을 거치는 제작 과정상, 지독히도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 청자 만들기”라고 강광묵 대표가 귀띔한다. 

KBS2 TV,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중 강진 편의 오프닝을 장식했던 김유성 대표의 청자 편종 연주는 청자의 가능성을 범위를 새롭게 넓혔다는 평가이다. 김 대표는 청자 편종 디자인과 조립 방법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청자 편종에 이어 국보 청자 미니어처를 모티브로 한 청자 오르골까지 토우는 계속해서 ‘상상 이상의 청자 제품’들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르골의 멜로디에 ‘아리랑’을 입혀 청자의 형식과 내용에 다시 한 번 ‘KOREA’를 각인시켰다.

샘플 개발을 위한 음원 구입비로 아리랑 한 건에 대해서만 200만 원이 들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가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기도 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대부분의 공방의 매출이 급감했지만, 토우와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는 달랐다. 중국이라는 기회의 땅을 먼저 공략한 덕분이다.

호남대 산업디자인학과 대학원 재학 시절, 유학 온 중국 학생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고, 2015년 소상공인 지원으로 ‘2015년 추계 상해박람회’에 참여해, 바이어와의 상담을 시작했다. 다양한 상품 개발은 중국 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또 강진군은 스타벅스 코리아와의 콜라보를 통해, 지난 광복절 전국 스타벅스 매장 1,717곳에 청자 티컵과 청자 트레이, 스테인레스 텀블러 등 8,446개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청자 티컵과 청자 트레이는 관내 청자 작가 3인이 담당했는데, 그 가운데 두 곳이 바로 ‘토우’와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이다.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고, 일일이 손으로 빚어야 하는 청자의 특성상, 마감이 종료될 때까지 하루 3시간도 못 자는 날이 허다했다. 흙에 따라, 가마에 따라, 면이 겹치고 새 면이 시작되는 지점에 따라, 비색은 조금씩 차이가 나고, 모서리 부분은 밀려서 하얗게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청자의 특징이다. 기성품처럼 모두가 같기를 원하는 스타벅스 MD와의 소통이 필요했고, 적절한 유약 작업을 해 청자의 고유 특성을 살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자를 새롭게 배우고 싶은 청년에게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기에 우선은 말리고 싶지만, 눈을 돌리면 시장은 많다. 중국은 차를 즐기는 거대 시장이지만 역으로 청자가 있는 집이 별로 없어 기회가 많다.”고 조언한다. 

중국 바이어들과의 약속이 정해지면 한 달간은 거의 밤을 샌다. 언제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상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여행은 꿈도 못 꾼다. 디자인하고 만들어 내고 초벌에 재벌까지 끊임없는 과정은 항상 다른 작품들로 계속해서 순환되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이면서 동시에 예술인 도예에 정년퇴직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점토를 안 만지면 죽은 것과 다름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가고 싶은 욕심이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인정해줄 때, 가장 행복하다. 예술이든 상업이든 상호작용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래야 그 다음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광묵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 대표는 “청자전문디자이너는 따로 없다. 특별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강진에서 10년 넘게 청자를 만들고 있는 우리가 곧 전문가이며 파이오니아”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청자는 외로운 사람이 하기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전 과정을 혼자 해내다 보면 외로울 틈이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지금 토우는 연 매출 1억 5천만 원 이상을 달성한다. 대부분의 ‘쟁이’들이 그렇듯 돈을 쫓지는 않는다. 다만 평생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동력이 멈추지 않고 돌아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군은 내년 2월 23일부터 7일간 겨울 축제로 청자 축제를 개최한다. ‘흙, 불, 그리고 魂’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당초 한 여름에 열리던 것을 가을로 옮겼다가 역대 최초로 겨울에 개최한다. 

군은 축제 비수기인 겨울을 공략해, 관광객들을 대거 확보하고 다시 이를 통해 ‘인구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新강진 건설’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청자를 특화한 축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토우’나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 같은 저력 있는 공방들의 새로운 도전이 계속되어야 강진은 청자를 키우고 다시 청자가 강진을 키우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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