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멸젓 역사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일하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멸젓 전국에 판매
19살부터 아버지와 함께 멸젓 담궈
전통방식 고집, 친절한 서비스로 입소문

 

박기홍 대표가 직접 만든 멸치젓과 액젓 등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기홍 대표가 직접 만든 멸치젓과 액젓 등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강진읍 남포마을은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오래전 배가 드나들던 포구였다. 추자도 인근 바다에서 잡은 생멸치를 들여와 젓갈을 만들었고 이는 남포멸젓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남포마을은 배가 드나들지 않게 됐고 젓갈을 담는 사람도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형제수산식품 박기홍(56) 대표는 여전히 아버지가 만들어왔던 전통방식 그대로 멸젓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 대표의 집안은 대대로 강진읍 남포마을에 살면서 생선도 팔고 생멸치를 들여와 젓갈을 담궈 전국에 판매해왔다. 박 대표의 조부인 박상용 선생은 주로 생선을 판매하는 일을 해왔다. 멀리는 제주도에서 배로 생선을 들여왔고 육로로는 부산에서도 생선을 들여와 남포마을에서 판매를 했다.

박상용 선생의 아들인 박병열 선생은 생선을 판매하는 것외에 멸젓을 담궈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박 대표 집안의 남포멸젓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정리해보면 박 대표 집안에서 생선을 판매한 것은 3대째 이어지고 있고 젓갈판매는 2대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아버지의 요청으로 멸젓 판매 시작
박 대표의 부친 박병열 선생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젓갈 판매를 시작했는데 주로 뱃길을 이용해 추자도에서 들어온 생멸치를 구입해 젓갈을 담궜다. 이때는 남포마을내 위치한 강진만생태공원의 배모양 전망대 부근까지 배가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생선 거래가 활발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80년대가 넘어서면서 마을앞에 배가 드나들지 못하게 되면서 생멸치 공급처를 변경했는데 주로 육로를 이용할 수 있는 남해와 여수에서 들여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박 대표 집안의 남포멸젓의 역사가 시작됐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최근 보리굴비 판매도 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최근 보리굴비 판매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멸젓을 담는 것을 보고자랐지만 특별히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지역에서 중앙초등학교와 강진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의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시절 우연한 일로 인생이 바뀌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학교 진학을 고민하던 시기였던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멸젓과 생선 등을 운반하던 트럭 운전기사가 갑자기 그만두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때 박 대표 집안에는 3~4명정도가 함께 일을 했는데 운전기사는 배달과 판매를 담당하기 때문에 중요했다. 갑자기 운전기사가 없어지면서 일손이 부족해졌고 다급히 막내아들이었던 박 대표에게 연락은 한 것이었다.

● 보리굴비 판매까지 사업 확대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아래 광주에서 학업을 할 수 있었기에 그에 보답하는 마음에서 박 대표는 흔쾌히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이때 박 대표는 운전과 배달, 판매를 담당했는데 이때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멸젓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남포멸젓을 대를 이어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아버지로부터 남포멸젓을 만드는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배워나갔다. 이렇게 주로 박 대표의 20대시절은 아버지와 함께 남포멸젓을 만들며 아버지의 방식대로 젓갈을 판매해왔다. 이때는 주로 서울 가락동시장으로 판매를 했다.

여전히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는 멸치젓과 액젓.
여전히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는 멸치젓과 액젓.

 

박 대표는 젓갈 판매를 서울 가락동시장 한곳에만 의존하다보니 그곳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내리더라도 울며겨자먹기로 판매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거래처 다변화에 대해 고민했고 그에 대한 해법은 직거래 활성화였다.

30대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대로 직거래를 통해 거래하는 고정 거래처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한가지 신념을 지켜가며 노력한 끝에 이제는 물량을 다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정거래처를 확보했다.

그가 단골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버에게 배운 전통방식 그대로 젓갈을 만들며 품질을 지키고 친절한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가 판매하는 것은 멸치젓과 멸치액젓, 황석어젓 등 3가지 종류의 젓갈이다. 멸치젓은 보통 3개월정도 숙성시켜 판매하고 액젓은 5년정도 충분히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5년정도 숙성시킨 것을 판매한다.

여기에 5년전부터는 보리굴비 판매도 시작해 인기가 높다. 보리굴비를 위해 공장 한켠에 건조시설을 만들었고 씨알이 굵은 굴비를 잘 건조시켜 보리굴비로 판매하고 있다. 보리굴비가 인기를 끌면서 강진 관내 한정식집뿐만 아니라 광주나 대전 등 전국 각지로 판매망을 늘려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예전 명성을 떨쳤던 남포멸젓의 전통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젓갈을 만들고 있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항상 고객과 약속을 지키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남포멸젓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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