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들의 흔적찾아 가마터 살핀 끝에 조개껍질 발견

청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흙이 중요하지만 유약을 어떠게 만드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흙이 도자기의 형태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유약은 도자기에 선명한 비취빛을 입히기 위한 재료이기 때문에 청자를 만들때는 유약도 흙만큼 중요한 재료이다.

나는 재현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청자를 만드는 재료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발굴당시 알게 됐던 정양모 선생을 비롯한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기도 수차례. 그들은 나에게 “당신 주변에 선생님이 있는데 어디서 찾고 있느냐”라는 답을 들었다.

이 말은 청자 가마터를 살펴보면 그 해답을 알수 있다는 말이었고 바꿔서 말하면 가마터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청자를 만드는 대부분의 재료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도 그럴것이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려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멀리에서 재료를 공급받기 어려웠을 것이었다. 당연히 가마터가 있는 대구면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흙과 유약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흙은 가마터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탐방하면서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유약은 달랐다. 성분을 정확히 알수 없었기에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에 대해 연구가 필요했다.

이때 나는 일제강점기 개성박물관장을 역임했던 고유섭 선생의 책을 토대로 공부했다. 이 책에는 청자 유약에 대해 ‘회유(잿물)로 유약을 만들었다’라고 간단한 내용만 적혀있었다. 책을 보더라도 상당히 난해했다.

잿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태워서 재를 얻어야 하는데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나무에서 얻은 잿물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여기에 회유라는 칼슘성분이 포함된 매용제도 필요했다. 매용제는 유리같은 단단한 물질을 고열에서 잘 녹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청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겉표면이 반짝거리면서 투명하게 코팅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약의 성분에 규사질 성분도 포함되는데 이 성분이 불에서 잘 녹아야하는데 일반적으로 1천500도가 되도 규사는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매용제라는 물질을 통해 잘 녹도록 만들어주는 것.

매용제에는 칼슘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 성분에 주목했다. 조기정 선생은 석회석 성분을 주로 활용해서 유약을 만들어 사용했다. 나는 나만의 유약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했다. 좀처럼 답을 찾지못하다가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에 가마터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그러던중 가마터에서 조개껍질이 많이 발견됐다는 것을 찾아냈다. 마을 근처 가마터에서도 여러 가지 조개껍질이 발견됐는데 바로 조개껍질에 석회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오래전 고려시대 도공들은 조개껍질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됐다.

이때 가마터 주변에는 굴껍질이 많이 발견됐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듯 오래전 당전마을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을 것이라는 연구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도공들은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구하기 쉬웠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 유약재료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한 끝에 중요한 재료들을 찾을 수 있게 됐고 배합이 남았다. 이는 수차례 실험과 연구를 해서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던중 청자사업소가 만들어졌고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유약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이런 연구와 노력끝에 고려시대 도공들이 만들었던 청자처럼 비취빛이 선명한 청자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정년퇴임할때까지 후배들에게 전수해주었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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