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전국 광역과 기초단체별 체육회장을 뽑는 선거가 다가오자 지역언론매체가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중요성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치뤄진 선거여서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언론이 부각시킨 선거방식의 문제점이 심각한데다 인지도와 지연의 영향력이 큰 탓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관련 신문기사를 보면 군부독재시절 대통령 선출방식을 빗댄 ‘체육관 선거’가 데자뷰처럼 떠오른다.  

비민주적 선거방식과 체육관이라는 비공개투표장은 군부권력 장악 수단의 상징이었다. 그후 체육관에서 간접선거로 치러진 선거를 ‘체육관 선거’라고 지칭하게 됐다. 현행 체육회장 선거가 그때의 대통령선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선거방식은 다르지만 비민주적이며 불합리한 선거규정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면할수 없다. 자격제한이 없고 유권자수를 축소한 간접선거이며 선거운동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민의가 왜곡된 선거라는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는 이유다. 지역신문들은 민선의 취지를 살리고 지역체육발전을 위해서는 현행 선거규정과 방식을 반드시 개정되어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론이 첫째로 꼽고있는 문제점은 자격에 대한 제한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역을 제한하지 않는 점을 부각시킨다. 오로지 기탁금 1천만원만 내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출마가능하게 규정을 만들어놓았다.

지역제한은 물론 연령,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도 무시됐다. 대한민국 공직 선거에서 이처럼 자격을 무제한으로 풀어버린 경우가 있을까. 지역조건을 두지않는다면 지자체별 체육회장을 뽑는 건 무의미하다.

지자체장의 권한을 떼어내어 전문 체육인에게 넘겨준다면 당연히 지자체에 속한 인사를 택해야하는 건 상식이며 순리다. 지자체장은 지역 거주자중에서 선택하듯이 지자체 체육회장직은 지역거주자나 최소한 지역연고성이라도 갖춘 사람에게 돌아가는 게 맞다는 말이다.

전문성도 무시됐다. 체육의 영역은 엘리트(elite)체육과 생활체육 두갈래로 나뉜다. 엘리트체육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재능이 있는 정예를 차출하여 초중고대 과정에서 전문적인 체육지도자에게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체육이다.

보통 생활체육의 반대 의미로 통하는 단어이며 대한체육회에서 전문체육이라고 정의한다고 풀이 되어있다. 대한체육회가 엘리트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체육의 전문성을 인정해왔다.

그럼에도 체육회를 이끌어갈 회장의 자격조건에 전문성을 넣지않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엘리트체육뿐아니라 전문성이 부족한 생활체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빼어난 체육소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민선 취지에도 어긋난다. 체육회장 민선제는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는 것이다. 지명이 아닌 민선을 통해 체육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도입했다.

그렇다면 정치인이나 정치색이 짙은 직종에 몸담고 있는 인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게 옳다. 그런 부류중에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는데 탁월한 테크닉을 지닌 인사들이 적지 않다.

그러한 문제점은 조직동원과 매수 등의 불법위험성으로 이어진다. 유권자가 수십명에 불과한 기초단체의 경우는 그 위험성이 한층 높아진다. 정치에서 체육을 분리하려면 정치인이나 정치지향적 인사를 출마하지 못하도록 제한 조건을 내거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선거운동 규제가 지나치다. 선거운동은 후보자만 가능하고 가족등 제3자선거운동은 불허했다. 선거사무소와 선거 사무원도 둘 수 없다. 후보자는 공개된 장소나 체육시설에서 명함을 직접주거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뿐이다.

병원, 종교시설, 극장이나 체육회사무실, 경기훈련중인 체육시설에서는 명함 배부는 금지했다. 사실상 손과 발을 묶어놓고 선거운동을 하라는 규정과 다름없다. 세상에 이런 선거운동도 있을까.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는 자격 무제한 허용과 함께 민의를 축소 왜곡시키는 비민주적 독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같은 비현실적인 선거운동 규제는 깜깜이 선거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별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지자체 선거와 달리 체육분야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접촉기회가 훨씬 적다.

따라서 상당기간 후보자의 됨됨이를 파악하고 공약을 숙지할 수 있도록 선거 공보를 강화하고 유권자와의 접촉기회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도 유권자와의 소통창구를 가로막아놓고 있으니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월등하게 유리한 선거판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이 지속된다면 필연적으로 대안 필요성 여론이 고개를 쳐들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전국단위로 공모를 통해 인재를 선발한 뒤 지역별로 배치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것이다.

굳이 국민 혈세를 들여가면서까지 선관위에 위탁 관리해 선거를 치를 이유가 뭔가. 아니면 본래대로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직을 겸직하도록 환원하는 게 낫다. 그게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확보에 실익이 있을 것이다.

체육회가 재정, 행정양면에서 지자체 의존도가 높은 특성만으로도 환원 근거는 부족함이 없다. 지자체장이 전문체육인을 부회장으로 영입하여 지역체육활동을 이끌어가는 종전 방식이 지역체육활성화를 위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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