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읍 도원마을의 김장축제

매년 11월 하순부터 한달간
주민들이 각 가정 돌며 김장

 

도원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김장을 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다.
도원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김장을 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다.

 

강진읍 도원마을 사람들은 매년 11월 중순이 되면 가장 바빠진다. 온 마을이 김장준비를 위해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배추와 양념은 각 가정에서 준비하지만 나머지 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올해만 벌써 20여 가구의 김장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해결했다. 

지난 5일 오전 도원마을 김석순씨 집. 150포기의 김장을 하는데 2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여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고춧가루와 젓갈을 비롯한 각종 재료를 수북히 준비했다. 이것들을 큰 통에 붓고 섞어서 양념을 만드는 일은 남성들 몫이였다. 

박채수(83) 노인회장은 “힘든일은 남자들이 거들고, 손맛이 들어가야 할 일은 여성들이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기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에 양념을 만들 때부터 일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양념이 완성된데 이어 좌판위에 절임 배추가 올라가자 곧 바로 10여명의 여성들이 모여들어 비비는 작업이 시작됐다. 좌판에서 절임 배추가 움직이며 시뻘건 양념이 입혀지기까지 호흡이 착착 맞아 돌아갔다. 공장에서 숙련공들의 손놀림을 보는 듯 했다.  

무거운 김치통을 옮기는 일은 남자들 몫이였다. 양념이 잘 묻혀진 배추는 대기하고 있던 마을 어르신들 손으로 넘어 갔다. 집에서 당장 먹을 김치와 익혀먹을 김치가 분류됐고, 외지 자녀들에게 보낼 김치는 단단히 포장돼 대문쪽에 놓였다.

노인인구 많은 농촌마을 ‘큰 숨통’
도원마을 김장김치 맛도 ‘짱’ 소문


일을 시작한지 3시간여만에 김장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자 펄펄 끊는 솟단지에서 돼지고기가 건져 올려졌다. 뜨거운 삼겹살에서 김이 모락모락했다. 막 담근 김치가 옆에 놓이고, 막걸리가 주변을 애워쌓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순간이었다. 주민들은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감아 막걸리를 한잔씩 나누었다. 이어서 김장 뒤처리를 깔끔히 한 다음 주인이 마련한 점심을 맛있게 먹으며 시끌벅적한 대화를 나누었다. 축제가 따로 없었다. 도원마을은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는 매일같이 이렇게 하루가 돌아간다. 

각 가정별로 김장담그는 날 차례가 정해지면 순서대로 그 집에 사람들이 모여 개운하게 김장을 마쳐주는 식이다. 100포기 내외를 많이 하지만 800포기를 하는 집도 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단체 김장은 품앗이 같지만 엄밀히 말해 꼭 품앗이는 아니다. 마을에 노인들만 사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그런 가정의 경우 온 마을 주민들의 봉사활동이 된다. 연중 큰 행사인 김장을 집안의 노인들만 해야하는 처지의 주민들은 마을 사람들의 단체 김장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도원마을 토박이인 조왕국 전 강진농협조합장은 “김장담기에 참여하는 주민들도 그렇게 보람있어 하고, 김장을 도움받는 마을 어르신들도 그렇게 만족스러워들 하신다”며 “마을에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른 마을에도 널리 퍼졌으면 하는 김장문화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정성이 가득 들어간 도원마을 김장김치는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양념을 최대한 많이 넣는데, 특히 젓갈을 담글 때부터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마을주변에서 풍성하게 재배되는 각종 양념채소가 이 김장철에 순식간에 소비된다. 주민들의 단합된 힘이 맛있는 양념과 어울어지는 셈이다. 

김점숙(62)부녀회장은 “마을 주민들이 1년 밭농사를 거의 김장에 쏟아 부을 정도로 김장김치에 정성을 많이 들인다”며 “주민 모두 모여 김장을 하다 보니 화기애애하고 단합도 잘 된다”고 웃었다.    /주희춘 기자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