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고흥 소록도 앞바다에서 70여년만에 발견된 강진 옹기선은 3명이 탑승하는 배였다. 풍선을 운항하면서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앞쪽에 두 사람, 뒤쪽에 한 사람의 일손이 반드시 필요했다. 배의 선장격인 사공과 사공을 보좌하는 조동무, 밥하는 화장이 역할을 나누었다.  

사공은 배의 왕, 다시말해 최고경영자였다. 배의 안전 운항에서부터 옹기 판매, 시장 분석, 날씨 판단, 판매 후 정산등이 모두 사공의 책임이다.  우선 사공은 뱃길과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를 외우고 있는 것은 필수였다.

어느 지점에 어떤 암초가 있는지, 어디쯤에 가면 바람이 세지고, 얼마나 가면 바람이 자는지, 어느 섬 주변에 급류가 있고, 어느 항의 간만의 차이가 어느 정도라는 것등을 머리에 컴퓨터처럼 담고 있어야 했다. 이는 시장 정보에 정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날씨를 예측하는 직감이었다. 일기예보를 들을 수 있는 라디오가 없던 시절, 모든 날씨 판정은 사공의 몫이었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보며 그날의 항해를 계획했고, 하늘의 색깔과 구름을 보며 기상을 점쳤다. 

그래서 어촌에는 예전부터 ‘뱃놈은 삼일 일기를 본다’는 말이 생겼다. 뱃사공들이 일기에 민감하고 통달해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정확한 계산이다. 육지에서 기다리는 선주에게 정확한 계산을 하는 것은 사공의 마지막 책무였다. 옹기 판 돈은 육지에서 기다리는 선주와 배에 타 있는 사공, 조동무, 화장이 일정비율로 나눠 가졌다.

옹기 판 돈이 적으면 당연히 배당금은 줄었다. 그런 일이 자주 나면 선주는 사공을 파면시켰고, 그렇게 자리를 잃은 사공은 소문 때문에 다른 옹기배의 사공이 되기 어려웠다.

이렇듯 사공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능력과 위기돌파 능력, 시장정보에 대한 통찰력, 소비자 트랜드를 읽는 감각, 신용평가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입증 받아야 했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공이 조정하는 옹기배였지만 돌발 사고는 상존했다. 50년대에만 칠량 봉황을 떠나 옹기를 팔러갔던 배 중 돌아오지 않은 배가 두척이나 됐고, 그런 사고는 1979년까지 계속됐다. 끊임없는 항해였고 멈추지 않은 도전이었다. 강진의 정신을 찾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옹기배 사공들의 도전정신을 꼽을 것이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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