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 칠량면사무소

오랜만에 대학원 시절을 꺼내보려고 란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10년 정도 했다. 정식으로 한 사회학 공부는 학부 시절까지 내려가니, 무려 15년이 됐다. 대학교를 15년 다니면서 정말 수없이 많은 개념들을 배웠다. 

사회, 사회성, 계급, 역할, 계층, 기능주의, 젠더, 욕망, 무의식, 의식, 전의식, 사회운동, 사용가치, 교환가치, 근대(성), 탈근대(성) 등 많은 개념들이 머리에 스친다.

수없이 배웠던 개념들 중에서 제가 감동받았고, 삶에 영향을 주었으며,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았던 개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프랑스 기호학자이자 철학자인 펠릭스 가타리의 횡단성이라는 개념이다. 

가타리는 수직적 위계(서열)와 수평적 칸막이(단절)인 사회질서에 대하여 고민하다가, 고안한 개념이다. 가타리는 횡단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고슴도치 우화를 예로 든다. 

겨울철 어느 날 고슴도치 무리들이 있었다. 고슴도치는 바깥이 무척 춥기 때문에 서로 붙는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몸에 가시들이 있기 때문에 찔린다. 그래서 떨어지려고 한다. 이렇게 고슴도치들이 서로 붙으려고 하고, 떨어지려고 하다가 추위를 어느 정도 피하면서, 서로 찔리지 않는 적절한 거리를 찾게 되는데, 이를 가타리는 횡단성이라고 표현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강진청년단체 편들의 빛깔이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편들은 강진이 토박이인 청년은 물론 강진으로 귀촌한 청년 그리고 강진에서 태어났다가 돌아온 청년들이 만든, 그야말로 다양한 성질을 가진 강진 청년협동조합이다. 

서로 단절되어 있었던 강진 청년들의 연결망 역할을 하고 있는 편들은 다양한 나이와 역량 그리고 직업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특성을 존중해주면서, 멀리 흩어지지는 않는, 그래서 가타리의 고슴도치 우화를 연상시키는 그런 조직이다.

편들을 알게 된 계기는 권경진 선생님이 진행하는, 퍼스널 칼라 수업 덕분이었다. 이 수업은 편들에서 주관한 수업으로, 청년들과 지역 예술인이 함께한 동아리 프로그램 ‘예술로 놀자’를 통해 기획되었다.

권경진 선생님은 대학교에서 공부하신 내용을 토대로 진행된 퍼스널 칼라를 통해 저한테 어울리는 옷차림 혹은 이미지를 알 수 있었다. 세간에는 대한민국의 대학진학률이 높다고 해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권경진 선생님은 사례처럼 대학진학률이 높다고 무조건 비관적이다는 것에 반대한다. 

‘예술로 놀자’ 수업처럼 오히려 자신이 배운 것을 토대로 지역사회에 여러모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나는 오랜 시간 대학교에서 공부했지만, 이렇게 배운 것을 토대로 강진지역에 도서관 동아리에서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노력하고자 한다.

강진군이 최근에 적극행정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지역신문을 통해 알게 됐다. 이는 물론 빈집을 활용하여 청년공간 조성에 노력하신 강진군의 기여도도 높지만, 청자, 쌀귀리, 버섯, 황칠 등 지역에서 나온 소재를 중심으로 자신이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것을 역량을 펼친 강진청년단체 편들을 중심으로 한 강진 청년들의 노력을 결코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진청년단체 편들은 유어사이드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생산한 결과물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다. 이들의 일부가 강진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절인 청년시절을 강진에서 보내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강진청년단체 편들을 응원해 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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