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광주경제고용진흥원 이사장

얼마 전 지인들과 영남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 마산항에 있는 조그만 식당을 찾아가게 되었다.

식사 주문을 하며 소주를 달라고 했더니 망설임도 없이 주인아주머니가 지역기업의 소주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왜 소주의 이름을 묻지도 않느냐?”고 했더니 그분은 당당히 “여기가 마산 아입니꺼?”라고 답변하였다.

바로 그다음 날이었다. 이번에는 해운대 송정 해변의 식당을 들러 주문을 했는데, 여직원이 어김없이 부산기업 소주를 내놓은 것이다.

얼마 전 서귀포 출장길에서 식당에 갔다가 똑같이 제주기업 소주를 마시게 된 경우까지 생각하면서 우리 남도의 음식점에서 홀대받고 있는 향토기업 소주의 현실에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여 왔다.

필자가 경험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도 우리 남도인들은 대개 공감할 것이다. 광주전남의 식당에 들어가 소주를 달라고 하면 우리 지역 제품이 아닌 서울의 소주를 갖고 나오는 사례가 아주 많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술을 시킬 때는 꼭 지역기업 소주 브랜드를 기억했다가 잊지 안고 주문하자.”라고 주위 분들에게 말하곤 했다.

종종 다른 지역의 술을 들고나올 때마다 우리 고장 제품으로 바꿔오라고 하는 바람에 이제는 단골식당에 가면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알아서 자랑스럽게 들고 오니까. 다만 몇몇 직원들에게는 진상으로 낙인찍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자는 말한다. 소주를 생산하는 지역기업이 투자에 인색하고 마케팅을 소홀히 한 탓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에만 쉽게 책임 전가를 하고 나면 경영 여건이 열악한 지방의 생산품들이 어느 세월에 경쟁력을 제대로 키워갈 수가 있을까?

물량 공세를 펴면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는 주류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도 다른 지방에서는 향토기업에 대한 애정을 갖고 먼저 사 마셔 주는 주민들이 많기에 힘든 여건에서도 분투하며 꿋꿋하게 힘을 키워가는 지역 소주 업체들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말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지역기업에 대하여 남다른 애정을 갖고 사줘야 한다.

그래야만 매출액이 늘고 향토기업의 일자리가 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우리의 자식들 또한 가족과 함께 남아서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지 않겠는가?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물건을 사면 제일 먼저 생산지 주소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 고장에서 만든 상품이면 우선 반가워 촘촘히 보면서 가성비까지 따져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잘 팔리겠는가 싶어서 말이다.

명절에도 우리는 선물을 주고 받고 있지만, 고향 상품보다는 온라인에서 구입이 편한 타지역 생산품을 선택한 경우들이 많다.

특히 대형 마트에 가보면 가격경쟁력에 밀려 농수산업이 주력인 우리 남도의 생산품마저 밀리고 있어 안타깝다. 그래서 우리는 그럴수록 전통시장을 자주 찾아가 봐야 한다. 인심이 후하고 농심이 살아 있는 동네 시장 말이다.

최근 청년창업으로 개업한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는 100년 전통의 양동시장에 젊은 세대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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