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서울 이태원 참사 사건은 전국의 가을축제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돌발상황을 몰고 왔다. 강진만 갈대축제는 중단 3년만에 이어져 예정대로 10일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공연은 취소하고 체험위주로 행사를 치뤘다한다.

이웃 보성을 사이에 둔 순천의 경우 수백만이 몰리는 순천만 갈대축제를 송두리째 거두어들였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노관규 시장의 인간적 고뇌가 느껴진다.

순천만 갈대축제가 취소됨으로써 순천으로 가려했던 관광객들이 어디로 방향을 틀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중 일부는 여수나 강진쪽으로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순천의 가을여행객 이삭줍기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제적 예측상황이다.

강진축제는 이태원 애도기간과 겹쳐 축소 운영됐음에도 성공적이라고 보도됐다. 6만명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전해졌다. 청자축제 연기 관람객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은 아직 보도되지 않았다. 주변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진의 관광브랜드 파워가 가져온 결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의 대표적 관광브랜드는 다산초당과 청자축제다. 대중 인지도를 기준으로 무게를 따지면 다산초당쪽으로 기울 듯하다. 역사성과 축제의 가치측면에서는 청자축제가 더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50년 전통의 역사성과 대한민국 최우수축제 기록만으로 우위를 점쳐도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체험과 청자판매, 농특산물 홍보, 패키지 관광 등 부수적 효과 견인력도 비교우위다. 관광산업의 궁극적 목표인 공동체 소득증대에도 한몫 톡톡히 하는 관광브랜드로 우뚝 섰다.

강진의 지역 축제가치만 놓고 보면 청자만한 브랜드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청자축제의 정체성이 유지되어야 하고, 그 바탕위에서 관람객 극대화를 꾀하는 게 바람직한 마케팅 전략이다. 

청자축제를 내년 2월로 넘기는 계획은 축제 시기가 성공의 요체라고 믿기 때문일 거라는 추측을 낳는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강진군은 가을 갈대축제와 겹치는 걸 변경이유로 내세웠다. 이와함께 알려진 학생들의 방학이 낀 2월로 잠정 내정한 것도 시기효과를 노린 것이다.

강진군은 전국적으로 축제의 3분의2가 몰리는 가을과 달리 행사가 뜸한 겨울 틈새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내년 2월 어느 날 청자축제를 열 경우 직전의 가을보다 구경꾼이 늘 것이라는 확신에 따른 결단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청자축제는 가을에 열리기도 했지만 주로 여름철 행사로 치뤄졌다. 여름철 혹서기에 희생자가 속출하자 지난해는 가을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른 관람객의 증감을 알지못하나 강진군의 후속조치를 보면 결과가 기대에 못미쳤을 것 같다. 지난해 가을로 시기를 변경한 것처럼 내년에 겨울행사로 치르면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까.

반드시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강진군이 청자축제 시기변경으로 든 근거들은 필요충분한 타당성을 갖추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축제시기의 중복, 어린이들의 방학활용, 겨울철 틈새전략 등의 변경사유가 겨울철행사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해야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표류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가을철 행사때는 중복에 따른 관객감소 등 부정적이기만해야 변경의 타당성은 탄탄해진다. 그렇게 되면 가을 탈출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진다.

갈대축제는 가을이면 전국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10월말, 11월초순쯤 가을이어야 행사성립이 가능한 계절적 한계가 있다. 이가운데 강진과 가까운 순천만 갈대축제는 국가정원 관광까지 겹쳐 4계절에 걸친 세계적 행사가 돼버렸다. 관광객 흡인력은 막강하고 광범위하다. 순천시 전체가 관광지 기능을 갖고 있을 만큼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게다가 인접한 미항 여수의 관광객은 연간 1천만명을 넘어섰다. 순천과 경쟁관계이며 상생의 관계이기도하다. 순천만 관광객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여수, 순천은 전남 동부권을 장악한 관광산업 거점지가 돼버렸다.

강진의 갈대축제는 지리적 핸디캡을 안고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나 않은지, 노파심이 든다. 청자축제가 동시에 열린다해도 갈대축제 관람객 증감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근거다. 오히려 청자축제가 보완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겨울에 청자축제를 개최하면 어린이들의 방학 활용효과는 있을 것이다. 다년간 여름행사를 경험해보았으므로 이러한 기대는 선뜻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방학효과가 야외나들이를 부추기는 여름처럼 겨울에도 동량으로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추위와 눈, 겨울 갯바람 등의 겨울철 기후 변화를 무릅쓰고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축제현장으로 나가고 싶은 동기유발 강도가 여름과 같을 수는 없다. 불행하게도 행사기간에 눈, 비가 많은 강진지역에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행사는 아니한만 못하다.

부대효과를 노려볼 수 있는 농축수산물판매와 패키지 관광에도 겨울철 기후특성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겨울은 축제가 적은 계절이어서 틈새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관광객 5백만 고지를 목표로 설정한 강진군의 고뇌에 대해 지자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관광객 유치는 지자체의 중심 미션중 하나며 보편적 목표치가 5백만명이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진흥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중추적 브랜드와 관광, 농축수산물 등의 개별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지자체의 브랜드원천이 바닥났으며 오로지 창의적 마켓팅만이 관람객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유일수단이 돼버렸다. 기존 브랜드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강진 청자축제는 축제브랜드로는 최상급에 속한다. 강진군의 브랜드가치와 자긍심이 걸린  50년 전통의 보배스런 축제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관람객 유혹에 흔들림없이 창의적인 업그레이드작업이 지속되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축제처럼 계량기에 올려놓고 시기의 값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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