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은 1996년 제정된 ‘제27회 농업인의 날’이 이었다. 농업인의 날이었지만 주인공인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전히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쉼 없이 이어져 외국산 농산물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어서다.

여기에 농산물값이 조금 오르면 물가상승 주범으로 몰리고, 물가관리 명목으로 외국산을 대량으로 들여와 값이 곤두박질치는 게 다반사다. 농촌에서의 삶도 변함없이 팍팍하다.

생활 여건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것부터 교통·자녀교육·문화·여가 등 대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올해 우리 농민들은 매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통 이맘때는 수확기를 맞아 기뻐야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만족스럽지 않다. 땀 흘린 만큼 거둔 것이 많지 않은 탓이다. 원인은 큰 폭으로 치솟은 생산비 부담에 있다.

비료·사료 등 값이 오르지 않은 자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인건비까지 급등해 주름살이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기름값 상승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농사용 전기요금까지 두차례나 인상돼 겨울농사를 앞둔 시설농가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런데도 농가를 보호하고 농업·농촌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농업분야에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마땅한데도 올해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2.8%에 불과하다.

2021년 처음 2%대로 추락한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내년도 예산안 비중은 2.7%로 올해보다 더 쪼그라들 위기다. 

농민들이 농사지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농촌에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농민들의 잔칫날에는 농민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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