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광주경제고용진흥원 이사장

참 세월이 빠르기도 하다.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무 해라니 말이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달빛 동행을 해왔으니 생각해 보면 대견스럽기 조차하다. 광주, 전남과 대구, 경북의 구석구석까지 돌아보며 이해의 영역을 넓혀온 날들이 있었기에 한국산학협동연구원과 산학연구원은 이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가 되었다.

그러기에 산학협동으로 맺어진 우리의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줄기차게 서로를 챙겨 주며 힘을 보탠 세월을 되새겨 보니 오늘따라 더욱 감회가 새로워진다.

이번 산학연구원의 초청으로 광주의 키우리 회원들이 정신 문화의 수도인 안동에서 1박 2일을 보낼 수 있음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짜임새가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니 고맙기가 그지없었다.

아침 일찍 찾아가 본 대구 테크노폴리스 소재 대성하이텍은 창업자의 장인정신을 본받아 성장해 가고 있는 기업으로서 일본의 노무라 회사까지 가져온 초우량기업이었다.

이날 안내를 도맡아 수고해 준 젊은 청년은 성공적인 가업승례를 통하여 기업경영을 잘해오고 있는 CEO로서 아버지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는데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이러한 강소기업이 많아질수록 지역경제는 탄탄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부러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한 시간 반을 달려가 찾은 안동의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의 혼이 깃든 인재 양성의 산실이기에 설렘을 안고 그 분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도산서당은 퇴계선생이 4년에 걸쳐 지으신 건물로 몸소 거처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인지라 사제지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비록 50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일찍이 사람이 경쟁력임을 간파한 이황 선생의 탁견은 바로 이곳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퇴계선생은 광주의 고봉 기대승 선생과 12년동안이나 114통의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사단칠정론을 가지고 논쟁을 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퇴계선생은 고봉선생보다 26년이나 연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대승 선생을 존경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급기야 퇴계선생은 부친의 묘비명을 고봉선생에게 부탁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선조의 첫 경연의 강사가 바로 고봉선생이었는데, 이는 퇴계선생의 강력한 추천이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일찍이 이처럼 영호남의 교류 물꼬를 튼 퇴계선생과 고봉선생이야말로 오늘날의 달빛동맹이 있게 한 선구자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성리학의 두 거인, 안동의 퇴계선생과 광주의 고봉선생. 이 두분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었기에 우리의 영호남 산학협동 교류 또한 그분들의 맥을 영원히 이어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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