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엽/ 강진군 전략사업추진단

정원이란 사전적 의미는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말한다. 정원은 주거건물과 연계되어 있는 지붕이 없는 공간으로 건축 및 주거 기능을 보완하고 삶의 풍요로움을 제공한다.

최초의 정원은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우르크 도시에 있었으며 식량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을 길들여 만든 신성한 장소였다. 이처럼 정원은 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식량의 지속성을 위해 식물을 기르는데서 시작되었다. 식물은 기능적 측면에서 곡물이자 과실이기도 했으며 나아가서는 관상을 위한 여유까지 생겨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정원인 루이14세가 조성한 ‘베르사유 궁원’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알고 있다. 하지만 ‘보 르 비꽁트’라는 궁원은 조경을 전공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보 르 비꽁트는 파리 근교 멜룽 지방에 성으로 주인은 니콜라스 푸케였다. 그는 26세에 참사원 의원이 되었고, 35세의 젊은 나이에 재무장관이 되어 주변의 부러움을 받은 존재였다.

재산과 권력을 이용해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6,000ha에 달하는 땅을 구입하고 성을 짓기 위해 마을 세 개를 없앴다. 인부 1만 8,000명을 동원해 5년 동안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다. 푸케는 명성에 걸맞게 최고의 디자이너와 예술가 팀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성을 짓는다.

1661년 8월 17일 루이 14세는 푸케의 집들이 초대로 보 르 비꽁트의 약 460만평 규모의 형형색색 꽃으로 장식된 화단, 조각상, 분수로 가득찬 정원, 커다란 수로와 옥외극장 등 궁원을 보고 시기와 분노로 가득찼다. 루이14세는 보 르 비꽁트와 비교해 본인이 볼품이 없었고, 어두운 고성에 사는 초라한 왕이 된것처럼 느꼈다.

다음날 국무장관 콜베르에게 명하여 푸케를 잡아 들였고 종신형에 처해 감옥에서 죽게 만들었다. 그 후 루이 14세는 보 르 비꽁트를 조성했던 조경가, 건축가, 화가를 불러 절대왕정의 권위를 표현하듯이 베르사유 궁원을 조성하게 되었다.

르네상스시대 프랑스의 대표적 정원은 왕족·귀족들의 권위 및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조성됐다. 부와 권력의 상징이던 정원은 시민혁명 등으로 근대화를 이루며 국민들에게 개방이되면서 공원으로 활용되었고, 관광객 및 시민들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공원 및 정원은 과거 르네상스 시대와는 다른 목적으로 조성되고 있지만 그 지역의 복지, 문화, 지역민의 삶의 수준 등을 표현하는 지표로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원박람회 및 국가정원(순천만, 태화강)을 보면 정원산업을 통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선8기 지자체에서 국가정원 조성을 공약으로 앞다투어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정원이 주는 휴식과 치유, 소통과 이해의 공간으로 옛 조상이 살던 숲과 자연을 동경하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다양한 여가문화가 제약을 받으면서 도심지를 벗어나 자연공간으로 방문하는 추세이다. 정원 및 공원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박람회나 국가정원으로 얻는 경제적 가치보단 생태적 가치, 심리적 가치, 문화적 가치가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방문객 수를 성공의 지표로 삼는 것보다 방문객의 만족과 군민의 참여를 통해 나타나는 건강한 강진군 정원문화 창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진군은 급격한 산업발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산업적, 경제적으로는 다소 뒤처져 있었을지라도 생태문화적으로는 뛰어난 잠재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자원을 지속가능한 보전을 통한 지역발전을 이뤄야 한다.

현재 강진만 일원에 지방정원 조성사업, 자전거도시 브랜드화사업, 스마트그린도시사업, 도시생축 복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총 10건의 사업에 약 55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원을 통해 누리는 즐거움과 여유로 인해 우리는 치유를 통한 생명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지역과 세계가 소통하고, 세계인이 함께 나누고 누리는 생태수도 강진군이 완성될 것이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강진만 생태계를 잘 보존하고 활용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고민과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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