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 아름다운 강진에서 보내고 싶습니다”

귀농인 유치, 마을주민들 화합 위해 봉사
2009년 법무부 퇴직후 강진으로 이주
집주변에 주민들 위한 쉼터와 공원 조성

윤애현 회장이 멀리 강진만이 바라보이는 집 마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애현 회장이 멀리 강진만이 바라보이는 집 마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이 고향은 아니지만 주작산과 강진만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신전면 수양마을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주작산 아래 위치한 신전면 수양마을의 윤애현(74) 마을 노인회장이다.

윤 회장의 원래 고향은 신전면과 이웃한 곳인 해남군 북일면이다. 북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살레시오중학교로 진학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진학을 포기하고 2학년때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했다.

이후 고향 해남으로 돌아온 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김양식을 하고 있던 형님을 도왔다. 그렇게 2년정도 고향에 머물러있다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게 된 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 낚시왔다가 경치에 반해 귀촌 선택
1976년 철도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78대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 뚫고 합격해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청소역이라는 곳에서 근무를 했다. 그곳에서 근무를 하다가 열차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윤 회장은 얼굴부분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2달정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몸은 회복이 됐지만 열차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결국 전직신청을 해 법무부 산하 소년원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10여년간 소년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1989년부터는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 근무를 시작해 약 20여년간 성남, 목포, 순천, 제주 등의 보호관찰소장으로 활동하다가 2009년 순천 보호관찰소장으로 정년퇴임을 하게 됐다.

윤 회장이 집주변 나무를 손질하고 있다.
윤 회장이 집주변 나무를 손질하고 있다.

 

윤 회장이 신전면 수양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1990년경 낚시를 위해 신전면 주작산 아래 수양마을 인근 저수지를 찾게 됐다. 고향과 가까운 곳이었기에 가끔 지나가곤 했지만 주의깊게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때 마을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주작산, 덕룡산과 마을 앞에는 넓은 들판과 강진만 바다가 있었다. 마치 풍경화속에 봤던 그런 모습이었다.

이때 경치에 반해 이 곳에서 한번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주작산 일대 매물로 나온 땅 1만6천평정도를 매입했다. 2003년 윤 회장의 부인이 먼저 강진으로 이주를 했고 그뒤로 2009년 윤 회장이 퇴직후 합류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신전 수양마을 노인회장 맡아 4년째 활동
윤 회장이 수양마을에 터를 잡고 주민등록주소까지 이전하면서 강진군민으로써 생활을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수양마을 주민들과 돈독한 관계유지였다. 마을에 들어오면서 윤 회장은 먼저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수양마을은 연말총회때면 돼지 1마리를 잡아 주민들 전체가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 사실을 들은 윤 회장은 2년동안 돼지 1마리를 마을에 기증했다.

또 마을에 온지 5년후에는 자신이 직접 마을의 70여가구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3만5천원 상당의 두유 1박스와 김 등 음식을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윤 회장이 노인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자리를 했다.
윤 회장이 노인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자리를 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법무부 공직자로 오랫동안 근무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마을주민들이 법률적으로 자문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흔쾌히 법률자문도 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주민들의 신임을 얻은 윤 회장은 지난 2013년에는 수양마을 노인회로부터 총무일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회원들 대부분이 고령자인 탓에 컴퓨터로 회계처리를 하는 일에 서툴렀기 때문에 공직생활 경험도 풍부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는 윤 회장에게 부탁을 한 것이었다.

윤 회장은 4년정도 마을노인회 총무로서 봉사했다. 또 지난 2019년에는 회원들의 요청으로 마을노인회장을 맡아 올해로 4년째 활동해오고 있다. 2년 임기이지만 회원들의 간곡한 요청에 연임을 하고 있다.

마을 노인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불편한 노인회관 보수를 위해 노력했다. 낡았던 화장실을 정비하고 싱크대를 교체했으며 벽지를 비롯한 회관내 집기류를 대부분 교체해 쾌적한 분위기속에 회원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 윤 회장은 신전면사무소와 군청을 수차례 찾아다니며 필요성을 공무원들에게 알린 덕분이었다.

윤 회장이 수양마을에 터를 잡은 이후 법무부 직속 후배 1명이 마을로 이사를 왔고 전입한 후배는 또 다른 지인들에게 마을을 소개하면서 현재는 6가구가 윤 회장의 집 인근에 터를 잡고 살고 있으며 2가구는 주말주택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집주변 일대에 꽃과 각종 나무들을 식재해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이 곳은 마치 정원을 연상케하듯 잘 가꿔져있으며 자신의 땅을 기증해 군의 지원을 받아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정자를 만들기도 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귀농, 귀촌인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집 주변에 정착해서 살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지 땅을 분양할 생각이 있다”며 “이를 통해 가구수가 늘어나면 별빛마루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아름다운 마을로 유명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