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농어촌 육성 방안에 대한 논문을 쓰다

도시와 농촌의 인구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수도권에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던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됐으며, 최근에 와서는 그 여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심각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필자가 농정계장의 보직을 맡은 1996년에도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나날이 늘어나서, 1980년 초에 10만이었던 것이 96년에는 벌써 5만 여 명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 해에 전라남도에서는 제5회 시군 행정 연수대회를 개최하면서, 각 시군별로 연구 과제를 주어서 논문을 1편씩 제출토록 하였는데, 우리 군에서는 ‘돌아오는 농어촌 육성 방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필자로 하여금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명을 받았다.

당시 농정계의 업무는 참으로 방대하여 계장 1명과 직원 3명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우선 우리 군 전체의 농업진흥지역을 새로 설정하여 정리하여야 했고, 각종 농지 전용 업무, 산업기능요원 관리, 농업인 후계자 육성, 농어촌 진흥기금 관리, 농림수산 통합사업 추진, 농산물 집하장 이용시설 관리, 농어민 자녀 학자금 지원, 관광농원 육성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모 사찰 주지 스님께서 농지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농지 전용을 한 사실이 적발돼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일을 처리하던중 한참 육성 중이던 관광농원의 음식 맛이 별로이고 위생 상태도 불결하며, 종업원도 불친절한 데다가 요금마저도 비싸다고,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그런 와중에 논문을 만들어 제출하라니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일단 명이 떨어진 이상 그 일을 아니 할 수가 없었고, 이왕지사 하려면 최소한 시상권 내에는 들어야 했기에 마음을 추스르고 논문을 작성하였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착수해야 될지, 어떤 내용으로 구성해서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될지, 전체 분량은 어느 정도 해야 될지 등 오리무중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격이었다.

우선 우리 도서관에 가서 관련 자료를 구하여 참고를 해볼까 하였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별로 신통한 책을 구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친구가 사서로 있는 전남대학교 도서관까지 가서야 겨우 참고용 도서를 찾아낼 수 있었고,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여 재학생이 아님에도 특별히 도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논문 제출 기일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일과 중의 일은 일대로 처리하면서, 밤을 낮 삼아 보통 밤 12시까지 부지런히 초안을 만들고, 때마침 시행 중이던 전일 근무제 (토요일 격주 휴무제) 휴일도 반납하면서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마침내 119쪽짜리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4월 하순에 시작하여 8월 초순에 완료하였으니 약 3개월 정도 걸린 셈이었다. 결론 부분은 5가지로써 농업 생산 구조조정, 농산물 가격 및 유통 무역, 농가 소득 증대, 농업기술 개발, 농촌 생활환경 정비 등을 통하여, 최소한 현재의 농촌 인구만이라도 농촌을 떠나지 않고 영농에 종사하면서, 쾌적하고 잘 사는 농촌으로 탈바꿈시켜 궁극적으로는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귀결지었다.

엄격한 심사끝에 장려상에 입상해 부상으로 유럽 5개국 연수 특전을 받아서 선진 유럽 여러 나라들의 영농 현장을 살펴보고, 우리와는 많이 다른 일상생활의 모습도 지켜보면서 견문을 넓히는 기회로 삼았다.    <정리=오기안 기자>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