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지방선거후에 내놓은 김영록 전남지사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업무복귀 인사차 도청 기자실을 스스로 찾아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쏟아냈다. “내용적으로 보면 전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을 7곳으로 막은 것도 다행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남에서 선전했지만 도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며 “투표율이 떨어지는 점이나, 더 들어가 도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많이 있다. 대선 패배 실망감, 공천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호남에서 표가 나오지 않으면 민주당은 어떤 선거도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4년동안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온 것과 다른 모습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향후 정치적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25일 출마선언 때도 호남정치의 중요성과 호남정치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제2의 김대중, 제3의 노무현을 키워내야 한다. 새로운 호남,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젊은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호남의 자존과 자긍심이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이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호남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인구가 적은 호남의 약점을 커버하고 승패를 가를 변수로 확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누가 보아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발언이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0.7%차로 석패한 게 이같은 발언의 배경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는 극에 달했다. 그같은 이념대립은 어떤 선거를 치뤄도 진영의 고정표는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김대중 대통령이후 고착화된 호남 대선필패론은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약화됐다. 대신 호남인도 얼마든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진영의 고정표와 호남의 선택과 집중, 중도진보 성향의 끌어들이기가 승리의 조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호남의 밀어주기 속성은 이번대선에서 확실한 변수로 공인받았다.

김 지사의 대망의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관측은 확산되고 있다. 전남지사후보 선정과정과 재임 4년간의 긍정 여론, 그리고 최근의 발언에 기반을 둔 추론이다. 4년전 7기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후보로 이개호 의원이 확정되다시피했다. 이 의원은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중 전남선거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상징성이 발목을 잡았다. 당에서 이 의원을 주저앉히고 김영록 당시 농수산장관을 선택했다. 민주당의 간곡한 만류를 받아들인 이 의원은 농수산장관직을 물려받았다.

김 지사는 4년간 리얼미터가 매월 실시한 광역단체장 업무 평가 여론조사에서 거의 1위를 했고 2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누구도 전남지사 자리를 넘볼수 없는 상황으로 굳어져 경선을 하면 승패가 확연이 예견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김영록 지사는 강진 마량과 다리로 연결된 고금도 출신이다. 광주서중. 일고를 거칠만큼 또다른 호남의 천재로 불리기도 한다. 김 지사는 완도출신이면서도 해남연고 후보를 물리치고 두 번이나 국회에 입성한 저력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도 관운이 짱짱하다는 뒤말을 낳았다. 그후로도 장관, 광역단체장으로 이어지는 대선 행로를 착실하게 다듬어가고 있다. 섬출신의 화려한 경력 쌓기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선 주자로서의 지평을 넓혀가는 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고금도는 완도에서 가장 큰 섬의 위상에 맞게 인재의 고향으로 불린다. 국회의원 3선을 한 박광태 전 광주광역시장도 고금도 출신이다. 전남지사와 광주광역시장을 연달아 배출함으로써 위대한 섬이 되었다. 그러한 운세라면 무슨 고진들 정복못할가하는 우스게 소리가 나돌만도 하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별의 순간은 하늘이 점지하지 않으면 포착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는 말이 회자됐다. 정치력과 행정력을 두루 갖춘 김 지사에게 트레이드마크처럼 따라다니는 ‘짱짱한 관운‘은 유행어와 별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고금도와 이웃하고 있는 강진도 인물의 고장 대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재가 맞붙어 과열된 선거전이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을 것이다. 전남도청에서 국장급을 거친 인물들이 재대결을 펼친 곳은 전남에서 강진뿐이다. 그런 강진이지만 선출직 진출기회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다.

신인들은 별들에 치여 뜻을 펼치기가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다. 기초단체장을 넘어 광역이나 국회쪽으로 시야를 넓혀가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인재들의 활동적령도 무한정일수 없다. 때문에 차기에서 역할분담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강진원 군수 당선인의 행보가 그래서 주목을 받는다. 기발한 아이디어,  빼어난 도덕성과 열정으로 무장하고 흔들림없는 정책의지와 뚜럿한 방향성으로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는 후한 평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악화되고 있어 그가 밝힌 것처럼 강진의 상황은 녹녹치않다.

강 당선인은 “강진이 맞고 있는 첫 번째 위기는 코로나19이고 두 번째는 인구고령화로 인한 지역경제 활력의 쇠퇴이며, 세 번째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위기다. 강진은 마치 태풍과 파도가 몰아치는 배위에 승선해 있는 형국이며 이럴 때는 선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고 역설했었다.

강 당선인이 군수 당선이후 했던 말처럼 인구 5만달성. 신규일자리 5천개 창출, 관광객 500만명 유치, 가구당 연소득 5000만원 실현이 담긴 공약을 구현시킨다면 자신의 말처럼 그건 강진의 기적이다. 그가 만들어낸 기적은 차원높은 기회의 문을 여는 승수효과(乘數效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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