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섭/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작물연구팀장

일주일 전, 국내 최대 언론사가 지면을 통해 친환경 벼농사에 활용되고 있는 왕우렁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있어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우리 전남의 한 시군의 사례를 예로 들어 왕우렁이로 인해 벼농사가 힘들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약 2~3년 전부터 우렁각시 대접을 받던 벼농사의 숨은 일꾼 왕우렁이가 아쉽게도 최근에는 일부 농업인들로부터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다.

왕우렁이는 남미 아마존강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1983년 식용으로 도입되었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벼농사에 잡초 제거를 위해 왕우렁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왕우렁이의 왕성한 잡초 섭식능력을 이용한 농업기술로 화학적 제초방법은 모내기 후 제초제를 2회 살포한 논의 경우 약 95% 이상의 제초효과를 보인 반면 왕우렁이를 풀어놓은 논에서는 제초효과가 99%에 달하는 효과가 있다.

친환경농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왕우렁이 농법은 그 뛰어난 제초 능력 덕분에 현재는 친환경농가가 아니더라도 왕우렁이를 이용하여 제초를 하고 있을 정도로 벼농사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 농법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 각지의 논에 많은 수의 왕우렁이가 방사되고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짐에 따라 우리나라 환경에서 월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왕우렁이가 한국 기후에 서서히 적응해 우리 강진을 포함한 남부지방 일부에서 월동해 생태계를 교란 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환경부는 2003년과 2007년에 이어 2019년에도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입법예고 하였다가 이를 다행히 백지화 하였다. 친환경농업에서 왕우렁이를 대체할 수단이 없고, 화학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는 역할이 더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겨울철 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월동하는 왕우렁이의 개체 수가 늘어나 실제로 일부 벼농사 재배 필지에서는 피해를 보고 있긴 하지만 수십 년간 제초 능력이 검증된 왕우렁이 농법을 대체할 제초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농업인들과 지자체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즉 이제는 왕우렁이의 활용보다는 관리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외래종인 왕우렁이의 왕성한 제초 능력을 잘 활용한다면 쌀 수입개방에 대응하여 쌀의 효용가치를 높이고, 최고 품질의 친환경 쌀을 생산해 쌀의 고급화를 통한 농가 소득향상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왕우렁이 농법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 방안’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가장 먼저 철저한 야외 월동조사를 통해 왕우렁이의 서식지 분포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고, 특히 겨울철에 농수로가 얼지 않는 지역에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더불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왕우렁이의 확산을 예측해 지자체 및 농업인에게 알려주고 대책을 마련해 실천한다면 농가에 득이 될 것이다.

농업인들은 왕우렁이 사용 적정 크기, 수심관리, 유출 방지망 설치, 벼 수확 후 왕우렁이 수거법 등을 실천하고 지도·행정 기관에서는 농업인 영농 교육이나 다양한 활용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제공하는 등 민·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왕우렁이가 처한 상황이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라 중간에 그만 둘 수 없으니 버티고 나가자는 것도 아니고, ‘양날의 검’이라서 잘 쓰면 득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니 그만 두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왕우렁이가 최고의 우렁각시가 될지 농업생태계에 해가 되는 골칫덩이로 남을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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