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의 맹점이 많다는 지적은 여러차례 있어 왔지만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새삼 느꼈던게 벽보에 대한 문제다. 벽보는 그 기능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도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면면을 비교 판단하는 기능이 있다. 책자형 후보 공보물과 함께 그나마 후보를 비교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선거 벽보를 배포할수 있는 기준이 참으로 이상하다. 공직선거법 64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 등에 따라 읍면별로 벽보 제출 수량 기준이 있는데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읍단위나 인구가 2만명 이상인 면단위는 인구 1천명에 1매, 인구 5천명 미만인 면은 인구 100명에 1매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조항으로 3개 이상 선거가 동시 진행되는 지방선거의 경우 제출 매수의 절반 정도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유권자수가 13,109명인 강진읍은 벽보를 후보당 달랑 7부만 부착해야 했고, 유권자가 4,400명이었던 군동은 23부를 부착해 인구와 유권자가 훨씬 많은 강진읍의 벽보가 훨씬 적게 부착됐다. 다른 면단위들도 읍보다 많아서 성전 14부, 도암 13부, 칠량 12부, 작천 10부, 마량 9부, 병영 8부였다. 대구과 옴천만 각각 6부와 4부로 강진읍보다 적었을 뿐이다.

선거법 기준이 이래 가지고서는 도저히 온전한 법이라 할 수 없다. 유권자가 많은 곳에는 당연히 벽보가 많이 붙여야하고, 유권자가 적은 곳에는 당연히 벽보가 적게 붙여야 하는게 상식이다. 그렇다고 면단위 벽보가 충분히 많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마을의 노인인구가 좀 더 많이 접할수 있게 벽보를 늘리는게 맞다.

선관위는 이번에 관련 규정을 바꿔서 공보형 책자와 벽보를 후보측에서 직접 읍면사무소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전까지는 일괄적으로 선관위에 제출하면 선관위가 이를 분류해서 읍면에 나눠주는 식이었다.

후보들은 그만큼 일량이 늘어났고, 선관위는 반대로 편하게 선거를 치렀다. 다른 정부 기관이었으면 오히려 후보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선관위가 법 내용이나 여러 가지 규정을 자세히 들여다 봐서 유권자와 후보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항상 고민해주길 바란다. 현장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문제점이 상부에 제대로 보고되도록 자체 건의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관위의 기능은 불법선거 쫓아다니는 것만 아니다. 보다 더 근본적인 기능은 후보자나 유권자를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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