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긴 행렬을 짓다

공무원에 임용되면 각종 교육을 다녀와야 한다. 직무와 관련된 기본교육과 전문교육은 물론이고, 소양교육 정신교육 특별교육 등 상당히 많은 종류의 교육들이 있다.

교육은 주로 전남 지방공무원 교육원에서 이루어지지만 일부 특수한 교육 등은 관련 기관에서 직접 이루어지기도 했다. 즉 타자교육은 타자학원에서, 정신개발 교육은 당해 민간교육기관이나 기업들의 교육 기관에서 이뤄졌다.

짧게는 당일치기에서, 3일짜리, 1주일짜리, 1개월짜리 교육을 주로 다녀왔다. 전남 지방공무원 교육원은 광주시 매곡동 산 밑에 있어 푸르른 나무들도 많았고 공기도 좋았으며 민가로부터 멀리 있어서 교육 환경은 좋았으나 교통이 불편했다.

우선 강진에서 광주가는 직행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에서 하차 후,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교육원까지 이동해야 했는데,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긴편인 데다가 여러 정류장을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교육원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시간에 늦지 않도록 참석하기 위해서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만 했었다.

교육은 주로 50분 강의에 10분간 휴식시간으로 이루어졌었고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 사이였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일렬로 줄을 서서 순서대로 배식판에 음식을 받은 다음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했는데, 늦게 가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빨리 가기 위해서 강의실 문 밖에서부터 식당까지 아주 빠른 걸음을 걷거나, 때로는 뛰어가기도 하면서 조금이라도 앞서 가려고 했었다.

많은 교육을 받은 중에서 특별히 기억되는 두 가지 일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전남 공무원 교육원에서의 일이다. 1988년도에 전체 교육생 약 350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원 대강당에서 도지사 특강이 있었는데, 공무원의 자세 등에 관해서 강의를 한 다음 거의 다 끝나가는 시간에 갑자기 화제를 바꿔서 퀴즈 문제를 하나 내었다.

짚고 다니는 지팡이를 스틱이라고 하는데 흔히 스테키라 한다면서, 이의 정확한 스펠링과, 이것과 비슷한 발음을 하는 스테이크, 그리고 스케이트를 정확히 구분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손을 들지 않고 서로 얼굴들만 바라보며 한참 동안 침묵의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상금으로 즉석에서 1만 원을 줄 테니 빨리 손을 들어보라 했다.

그래도 다들 가만히 있길래 필자가 손을 들어 각각 stick, steak, skate라고 스펠링은 정확히 말하자, 정말로 1만 원을 바로 주어서 교육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같이 교육을 갔던 동료 3명과 함께 영암에서 암뽕순대를 사 먹고 왔던 기억이다.

두 번째는 수원에 있는 ‘자치 인력 개발원’에서 이루어진 신규 행정사무관 승진자에 대한 1개월짜리 교육에서의 일이다. 보통 1기당 약 100여 명씩 교육을 하였는데, 그때는 묘하게 승진 제도가 바뀌어서 3기를 통합하여 전국적으로 약 300여 명이 함께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 최종 평가가 있었는데, 그때 전체에서 2등을 하여 상금 20만 원을 받았다. 정작 필기시험에서는 100점 만점을 받았지만, 그룹별로 하는 분임토의에서 우리 분임이 약간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 약간 낮은 우리 분임의 점수가 개인별로 반영돼서 결국 전체 1등을 놓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공무원 교육에 관해서는 정말 쌓여진 기억도 많고 할 이야기도 많지만 이쯤에서 접어야 될 것 같다. 흘러간 교육원의 추억이여 안녕.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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