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래/ 강진완도축협 조합장

한때 세계를 호령하였던 기업들이 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가? 그것은 이들 기업이 변화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혁신을 게을리하였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축되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의 1950년대는 약 60년 1980년대에는 35년 2000년에는 20년 2025년에는 약 15년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과거 수십 년간 효과적이었던 방침, 개념, 기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 과거에는 사회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 2020년 시작된 코로나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예상에 없던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 우리를 엄습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기존의 방법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 농촌의 근대화에 농협은 항상 중심에 서 있었다. 오늘날과 같은 농협은 1961년 7월 29일 기존의 농업협동조합법과 농협은행법을 폐지하고 전문 176조 부칙 17조로 된 새로운 농업협동조합법이 법률 670호로 공표되면서 비롯됐다.

오늘날 유지되고 있는 협동조합의 설립은 이 무렵에 탄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업종 간에 분리와 통합으로 엄밀히 말한다면 2000년 8월 15일에 현재와 같은 조합체계를 갖춘 시기이기도 하다.

한때 신군부가 집권 당시 축협과 농협이 약 20년 정도 분리되어 유지된 적도 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농협은 크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지도, 교육 지원사업을 펼쳐 조합원을 관리 유지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태동 이후 60여 년을 거치는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이 거듭해오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는 데는 주저 없이 “예”라고 쉽게 동의하기에는 어렵다.

과연 농협이 우리나라 농축산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한 역활과 기능을 수행하여 존재의 필요성이 절실하기에는 솔직히 부족함을 느낀다.

그 이유인즉 첫째 협동조합은 다른 기구나 조직보다 경영 효율성이 매우 낮다. 물론 효율성 측정이 애매하고 산정이 합리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지도, 교육, 지원 등과 같은 협동조합의 추가적인 교육 업무 때문이기도 하다.

둘째 채용된 직원이 그 지역을 맴돌며 같은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하다 보니 환경변화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재교육 기회도 별로 없지만, 이직률이 낮은 한 직장에서 인사 폭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창의력과 변화, 혁신하고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 시장환경이 변화를 주지 않아도 불평이 많지 않은 환경이다. 거래처나 상대처가 대부분 조합원이기에 경계심을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의 대형마트나 도시농협의 신용점포는 상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넷째 조합을 대표하는 임원, 대의원들의 성향이 동일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는 형태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조합의 분위기는 변화와 혁신을 받아들이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있는 조직이나 협동조합의 생존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축협 조합원 수는 지난 10년(2012년~2021년) 동안 약 50% 가까이 감소했다.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조합원 감소가 예상된다.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하고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간의 조합을 합병하는 방법 외 달리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조합원 감소에 따른 조직 슬림화 또는 환경변화에 따라 수익성을 갖춘 조합으로 탈바꿈 즉,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협동조합이 살아남을 방법이다.

우리조합만 하더라도 강진축협과 완도축협이 합병하여 새로이 탄생한 조직으로 14년간 조합원이 60% 이상 감소했는데도 감소에 따른 변화는 없고 단순한 조합원 감소만 있었을 뿐이다. 즉 우리 조합도 다른 조합과 유사한 상황이다.

변화에 대응과 생존을 위한 전략개발이 필수적이나 합병 시 주어지는 예금자보호기금에서 자금 103억이 충당금적립 후 환입 처리하여 생존을 연명하는 동안 유사한 기능을 하는 개인기업이나 다른 경쟁조직은 크게 성장하여 우리 조직보다 경쟁력과 규모면에서 대형화하여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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