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미래남도연구원장. 전남대 명예교수

광주에는 무등산 둘레를 걷는 무돌길, 무등산 옛길이 있고, 옛 철길 따라 조성된 푸른길이 있다. 최근 지방자치 단체마다 둘레길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데, 우리 고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도시 전체를 한 바퀴 돌게 되는 빛고을산들길은 광주의 둘레길로서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여 81.5㎞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방치되고 있었다.

필자는 안타까운 나머지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 함께 우리의 둘레길을 명품길로 만들기로 작정하고, 4년전 ‘사단법인 빛고을산들길 사랑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다. 매월 셋째 주 오전 나절이면 부담 없이 편한 옷차림으로 만나서 싸목싸목 걷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구간을 둘로 나눠 걷게 했더니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아름다운 우리길을 널리 널리 알리고 싶어 하면서 말이다.

여기서 다들 어디 어디를 걷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아 간단히 언급해 보고자 한다. 담양과 맞닿은 영산강 첫다리 용산교에서 출발, 삼각산, 장등동(도동고개), 바탈봉, 군왕봉, 무진고성, 장원봉, 향로봉, 동적골, 마집봉, 소태역, 제석산자락, 진월동, 금당산, 풍암호수, 전평호수, 만귀정, 서창 들녘, 평동역, 장록습지, 송산유원지, 황룡강(삼남길), 임곡역, 진곡산단, 하남산단, 비아시장, 첨단산단, 시민의 숲, 영산강변길, 용산교(출발점)까지 총 6구간을 걷다보면 곳곳에 스토리 텔링이 되어 있는 친절한 안내판을 볼 수 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이 길들을 다시 걸으며 빛고을의 역사와 지리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가 사는 고향, 광주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이 생겨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빛고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지난해 봄이었다. 제주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과 빛고을산들길 한 구간인 황룡강변을 함께 걸었는데, 그분은 감탄사를 연발하곤 하였다. 이렇게 멋있는 길이 있겠냐하며 사진을 찍어대면서.

그렇다면 우리가 마땅히 져야 할 책무가 있지 않을까. 이처럼 자랑스러운 빛고을산들길을 우리 시민들이 너도나도 걸어 보고 나서 널리 알린 다음 전국에서 걷기 좋아하는 애호가들을 불러와 걷게 하는 것이다.

빛고을산들길을 부지런히 SNS에 올리고 퍼 날려 입소문이 나도록 하는 일부터가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빛고을 산들길은 5개 구청에 다 걸쳐 있는지라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것 같다. 걷다 보면 관리가 잘된 곳, 못된 곳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더러는 표지판이 희미해져 가는 곳도 있고 넘어져 있는 곳도 있어서 안타깝다.

새로운 길 하나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있는 길, 잘 가까우 주는 것 또한 더없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제부터라도 광주시 중심으로 각 구청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갖추어 빛고을산들길을 잘 관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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