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청산도는 조용한 섬이였다. 그 조용함이 이 섬의 자산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천천히 소리나지 않게 걸으며 인생을 음미하고 자연을 만끽한다.
완도 청산도, 장흥 유치
슬로시티, 느린 삶이 가져다준
 
선물

주민 2100여 명이 사는 신안군 증도에는 3가지가 없다. 담배 소매점, 3층 이상 건물, 합성세제다. 2007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뒤 5년간 변화된 모습이다.

일부 주민은 당시 “슬로시티가 뭐여? 개발제한 규제만 생기는 것 아니여”라며 반발했다. 슬로시티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의 영어 표현이다.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주민들은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된 뒤 지역사회와 함께 자연과 주민들의 삶을 보전하는 18개 조례를 만들었다. 증도는 2010년 증도대교가 완공되면서 육지가 됐다. 이에 주민들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증도갯벌과 바다, 염전, 해송 숲길을 보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증도가 슬로시티라는 명성을 얻고 생태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관광객 발길도 부쩍 늘었다. 주민 설광춘 씨는 “처음에는 슬로시티 의미 자체도 몰랐지만 지금은 자연과 주민의 삶을 지키며 관광객들에게 느린 삶을 선물해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라고 했다.

증도 이외에 완도군 청산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 장평면도 2007년 12월경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청산도의 경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보며 느리게 걷기가 가능하다. 청산도에는 깨끗한 자연을 따라 걷는 길 11개 코스 42.195km가 있다.

청산도 주민들도 바쁘게 개발을 하는 것보다 느리게 살며 자연을 보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완도군은 친환경 문화유산이 많은 청산도를 사계절 꽃이 피는 섬으로 만들고 있다.

청산도는 봄에 유채, 여름에 해바라기, 가을에 코스모스, 겨울에 국화가 핀다. 몰려드는 외지 관광객을 위해 농어촌 민박을 20개에서 100개로 늘렸지만 자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또 관광객이 늘면서 농산물이나 해산물도 잘 팔리고 있다. 김송기 청산도슬로시티 운영위원회 사무국장은 “청산도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완도읍까지 경기가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라며 “슬로시티 덕에 청산도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창평면은 고택과 돌담길이 많다. 음식도 된장, 엿, 한과 등 느림을 지켜야 하는 슬로푸드가 많다. 가정집 10곳은 슬로푸드를 만드는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유치·장평면은 유기농 농산물과 깨끗한 공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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