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비호감 선거라던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힘겹게 당선됐다. 현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이, 집권당과 대척상대인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승리했다.

득표율이 1987년 직선제 이후 최저격차다. 10년마다 바뀌던 정권 교체주기도 무너졌다.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 호남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12%를 얻어 역대 최다기록을 세웠다.

낙선한 진영분위기는 거칠어지고 있다. 전략 미스, 경선과정, 후보의 자질, 원죄격인 국정운영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고개를 쳐들었다. 유권자 개개인의 잘못도 따져보아야 한다.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후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열렬히 지지하고 한표를 던졌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럴경우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가 논란의 중심에 선다.

자신의 결정권은 물리적 외압이 없는 한 누구도 강제 변경시킬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양강의 비호감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성스캔들, 가족간의 불화, 전과, 본인이나 부인 또는 처가의 비리, 개발을 둘러싼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대법 판결 로비, 변호사비 대납 등등. 대통령이 최우선 덕목으로 삼아야 할 청렴에 역행하는 부정적 요소들이 많았다.

집권층 인물이 야당의 후보로 나선데 대한 배신론도 끼어들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요인들만으로 비호감 심리를 이끌어내지는 않는다. 그보다 더 강한 힘을 갖는 것은 진영논리이며 맹목적 혐오심이다. 지역성이 강한 선거구일수록 맹목적 진영충성심 강도는 비례해서 올라간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질과 도덕적 측면에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인물의 출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은 실수하고 신은 용서한다고 했지않는가. 그런줄 잘알면서도 사람들은 완벽한 후보를 바라는 이중성을 안고 선거에 임한다.

흔히 대선후보의 자격 조건으로 자질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청렴성을 최우선 덕목으로 꼽는다. 추진력, 창의력, 포용력 겸비도 요구하지만 청렴성보다는 뒤로 밀린다.

바람직한 대통령 상을 논할 때 품성을 절대가치로 내세우는 지식인들이 많다. 품성이 바르면 상식과 원칙 준수, 흔들림없는 법치 구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위선과 불공정, 전제적 독선같은 악의 요소를 싹틔울수 없는 내면의 선한환경을 강조한 자격조건이다. 선한 품성은 타고난다는 맹자의 성선설과 일맥상통한다.

대통령 후보의 자질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갖추어진다. 하지만 성품은 타고난 것이어서 수준급이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두루두루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더좋은 성품을 지니고 있느냐에 더 비중을 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양측이 맞선 ‘유능한 후보’와 ‘국민이 키운 후보’ 구호도 여기에 대입하면 연결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공직사회에서 청렴은 최고가치로 평가받는다. 지자체 선출직에 나선 후보들은 한결같이 청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출사표를 던진다. 취임후에는 지자체별로 청렴 준수 다짐대회를 열고 어떤 곳은 서약식을 갖기도 한다. 청렴교육을 강화하고 실천과정과 결과를 체크하여 인사에 반영하는 곳도있다.

중앙정부도 지자체의 청렴도를 실사하여 등급을 매겨 발표하고 시상식을 갖는다. 그렇지만 한국공직사회의 청렴도가 상위에 속한다는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비리가 터져나오고 청렴도 하위에 머물러 있는 지자체가 적지않다.

고을 리더의 자질중 청렴을 으뜸가치로 다룬 인물은 다산 정약용이었다. 나라가 발전할수록 다산의 가르침은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공직자가 실행에 옮겨야 할 지침서로서 이를 능가할 교본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산은 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자세라했다. 청렴은 수령의 본무요, 모든선의 근원이요, 모든덕의 근원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변 지자체 수장이 뇌물을 챙긴 죄로 줄줄이 감옥행을 했던 것과 달리 다산의 본고장 강진에서는 그런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양강후보들간에 자질부족을 지적하고 도둑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청렴을 내세우지 않았다. 청렴성에 문제가 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그런 상황에서 호남에서는 몰표 그림이 형성됐다. 객관적 평가에 부합하는 균형잡힌 선택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안기는 결과다.

사람됨됨이보다 네편, 내편의 잣대가 결과를 재단했을 개연성을 떨쳐버릴 수 없다. 망국적 양극화의 고질화 상황에서 또하나 보탠 표심 양극화란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어떤 선택기준에 의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일반화되다시피한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인품과 청렴성 자격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결정적 허점을 안고 있다. 운명같은 풍토병으로 굳어져 가고있는 건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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