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농업기술센터 원예연구팀장

인간은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진단을 받고 의사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병원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음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식물은 어떨까?

다년간 농작물의 진단을 요청하는 농민들을 만나 현장기술지도 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느낀 몇가지 식물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땅속에 내리고 수분과 양분을 흡수해서 생명을 유지하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줄기와 잎에 확연한 문제가 안 보이인다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뿌리 쪽을 살펴보면 원인 파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식물뿌리는 물주기, 비료주기, 토양상태, 세균감염 등에 따라 건강하게 크거나 허약해지거나 극단적으로는 말라 죽기도 할 수 있다.

식물은 말을 할 수 없기에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타난 증상을 읽을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물론 특별한 눈이 따로 있지는 않으나 식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 인터넷 검색 정도로도 식물에 나타나는 문제를 해석할 수 있게 되고 정확한 진단 후에 대책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식물의 이상 증상은 참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벌레가 먹은 흔적과 비료가 적어서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고 비료가 많아서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 물이 적거나 많아서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며 뿌리 쪽 문제인지 줄기의 문제인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작물재배에 있어서는 농장의 어느 위치에 문제 증상이 나오는지도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나타나는지 또는 부분적으로 나타나는지, 출입문쪽에 나타나는지 아니면 온풍기 쪽에 나타나는지에 따라 진단과 대책은 달라진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취합하여 적절한 증상의 원인을 찾는 눈이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식물이 흙에 뿌리를 묻고 살아갈 때 본연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토양상태가 반드시 갖춰져야 하며 의외로 다양한 조건을 요구한다.

화분에 물을 주었을 때 밖으로 배출되는 정도가 흙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해당 작물과 궁합이 맞아야 하며 토양의 알갱이 크기가 적절히 형성되어 뿌리의 숨쉬기에도 적절해야 한다.

또한 식물뿌리가 잘 빨아먹을 수 있는 무기물(비료)양분이 갖추어져야 되고 식물 뿌리를 해칠 수 있는 해충이나 균이 없이 좋은 미생물이 많아야겠다. 이외에도 식물이 필요한 환경 조건이 알맞게 유지해야 하는 등 다양한 조건들이 갖추어 졌을 때 비로소 식물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제가 대학원 진학후 있었던 일인데 식물재배실험을 위해 키우던 모종이 죽어나가서 담당 교수님께 급히 여쭤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교수님께서 아무 말씀없이 흙을 털어서 뿌리를 보시고 나서 조용히 ‘물주기에 실패했네’라고 말씀하신 일이 있었다.

식물 관리의 기본중에 기본이지만 ‘알맞게 물주기’는 상당히 어렵다. 식물 종류와 흙의 상태를 파악하는 안목과 감각이 부족하면 말려죽이거나 뿌리를 썩혀 죽이기 일쑤다.

우리는 보통 잎이 마르거나 죽고 나서야 알아보지만 식물들은 그 전부터 여러 신호를 보내곤 한다. 광택과 색채는 대표적인 식물의 신호다. 문제가 생기는 식물은 광택이 없어지거나 옅어지고 색이 바래지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에게는 얼굴색이 건강상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듯이 식물의 잎 색이 이유없이 변한다면 좀 더 진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물이 부족한 경우 나이든 잎보다 새잎이나 꽃잎이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뿌리가 건조하다면 수분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부터 문제가 나올 수 있으니 바로 수분을 보충하는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비료가 부족한 경우는 잎이나 줄기가 형태를 유지하지만 색이 옅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외에도 식물의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파악하는 진단법은 많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잘 관찰하기’라고 생각한다. 그냥 눈으로 보는 수준을 넘어 시간을 두고 관찰해서 친밀해지고 알아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 같다.

날씨가 온화해지는 봄이 오면 꽃과 나무를 파시는 분들이 쉽게 눈에 띈다. 형형색색의 식물들이 자태를 뽐내면 화창한 봄날과 잘 어울려 자연스레 화분 하나 정도는 집에 가지고 가고 싶어 진다. 부디 이번 봄부터는 식물과 잘 소통하고 진단해서 식물이 주는 행복을 가급적 오래도록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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