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강진군 여가지도자

인생의 ‘청춘’이란 단어가 유독 와닿는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3년이란 시간은 그냥 누군가에게 도둑맞은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가장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분들은 아마도 복지의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인 경로당 어머님, 아버님들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지금쯤 경로당에 다니면서 어르신들과 막 친해지기 시작하며 예쁜 꽃이 피는 봄을 기다리듯이 봄 노래를 흥겹게 부르고 있었을 시간이다.

청춘과 중년의 시간을 강진군 경로당 안에서 어머님, 아버님들과 함께 성실하게 보내온 나는 노년도 청춘 못지않게 참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몸으로 체험했다.

‘노인 스포츠 지도사’라는 자격증을 공부하고 취득하며 경로당에서 1년이란 신입 지도자 시절을 겪어보니 내가 공부하고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어르신과 실제 경험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문득 첫 회 수업을 돌아보니 가장 부끄러웠던 생각은 ‘나는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내고 있는 모든 시간들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분들, 아직 내가 겪지 못한 시간들을 모두 겪은 분들, 그들에게 나는 내 시각과 생각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그저 열심히 1시간을 불도저처럼 진행했다.

매일 수업을 준비하고 고민하며 한 해 한 해를 보내고 보니 이제는 어머님, 아버님들의 소리없는 이야기들이 들리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읽어진다.

허리가 아파도 참고 수업을 참여해주시는 것도 보이고, 준비한 노래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노래여도 함께 따라 불러 주시는 것도, 앰프나 가방을 하나라도 들어 주시려는 모습도, 일주일에 한번 오는 나를 버선발로 반겨주고 “우리 선생님”이라 불러주며 먹을 것을 손에 쥐어주시는 그 소중하고 귀한 마음들이 지금의 달라진 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진에 내려와서 태어난 지 백일도 안된 셋째를 업고 여가지도자 양성 교육을 받고 수업을 다닐 때 너무나 적은 급여 때문에 가족들은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반대하고 좋아하지 않았다.

월급은 적은데, 매일 노래연습, 체조연습, 레크레이션 공부하느라 쉴 새 없이 바삐 움직이니 신랑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급여도 올라서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반대한다.

어르신을 상대로 수업하는 것이 힘들고 지친다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하고, 차를 타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무거운 짐들을 내렸다 올렸다 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지 힘든 날이 있고 힘든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 속에서 내가 이일을 계속 지켜나가게 하는 힘은 힘든 날들을 지워주는 가치 있는 순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전문직도 아니고 노력하고 힘든 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참 좋다. 또 그곳에서의 내 모습이 참 예쁘다고 느껴진다. 내가 청춘을 보내고 중년의 시간을 미숙하게 맞이하고 있듯이 우리들 모두에게 노인의 시간은 반드시 온다.

그분들이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아름답게 잘 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인 연습이 필요하다. 어쩌면 20대보다도 “청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그분들을 위해 나는 좋은 디딤돌이 되어 주고 싶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만큼 남은 황혼의 시간도 푸르른 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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