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송수/ 전 병영 발천마을 이장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병영면 발천마을이다. 지난달 27일 작천면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발천마을 앞 하천을 따라 작천면 내동마을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직각다리 근방에 농사를 짓지 않느냐”는 전화였다. 내일 오전에 강진군에서 이 다리 확장공사를 위한 현장설명회를 한다고도 전했다.

현장에서 강진군으로부터 그동안 불편함에 대한 위로와 함께 다리공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수십 년간 농사를 짓는 동안 불편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건의했지만 관철이 안 되어 포기하고 살았다.

이 다리는 어린 시절 경지정리와 함께 50여 년 전에 설치된 것으로 리어카나 경운기는 다닐수 있지만 경운기도 무거운 짐을 싣고 건너갈 때는 가슴을 졸이며 하며 건너야 하는 쉽지않은 다리였다. 다리가 직각에 다리아래 낭떠러지가 3m정도로 물이 흐르고 내려다보면 공포감마저 든다.

공사는 기존 다리에 옆으로 폭을 5m정도 확장하고 안전 난간까지 설치한다고 한다. 사업비도 1~2천만 원이 아닌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든다고 했다.

다리는 작천면 평리15-6번지에 위치한 삼각배미로 한 귀퉁이 2~3평(10㎥)정도가 편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군의 설명과 함께 참석자 모두 환호의 박수소리와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현재 사업이 발주된 상태라고 한다. 설 명절을 쇠고 바로 공사를 시작해서 영농기 이전에는 반드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최소 30년 주민숙원사업이 오늘날 비로소 해결되는 것 같다.

설명회에 작천면에 사시는 토지 소유자 아들까지 참석해 “군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우리가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며 함께 기뻐했다.

나는 고향 발천마을에서 태어나서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40여 년 농업에만 종사하고 있다.

현재는 한들평야내 작천, 병영면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 대형트랙터, 콤바인, 광역방제기 등 없는 농기계가 없다. 경작면적이 많다보니 작천 평리 지번에 오히려 농토가 많다.

그래서 연중 농사철이면 몇 번이고 이용하면 편리할 다리였지만 만약 다리 밑으로 떨어진 날에는 상상하기도 싫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 두려워 아예 멀리 돌아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 뿐인가. 눈 코 뜰 새 없이 가장 바쁜 계절인 모내기 이전 축산용 사료 수집 시기에 대형 트랙터가 베일러를 장착하고 몇백m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농업도 건강하게 근면하고 성실하면 도시 못지않게 보람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감히 말하고 싶다.

집에 돌아와 강진군으로부터 확장해 주기로 한 다리로 다가오는 농사철 대형농기계나 광역방제차량을 몰고 논으로 향한다는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지만 다가오는 설 명절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너무도 행복하다. 그간 50여 년간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해 주신 강진군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검은 호랑이의 해 이 다리를 이용하는 모든 농업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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