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민주당 전남도당이 대선필승을 다짐하며 90-90플랜을 공개했다. 전남에서 대선투표율과 득표율을 똑같이 90% 목표로 삼는다는 야심찬 전술이다.

지난 17일 열린 공동선대위원장단 회의장에서 제안된 것이다. 이같은 이색적인 아이디어는 대선성과를 지방선거 입지자 선정자료로 삼겠다는 중앙당 방침을 뒷받침하는 후속조치 성격을 지닌다.

지방선거 입후보자 투표소 책임제, 지지율 높이기 캠페인, 2030정책 발표회, 생활밀착형 맞춤형 공약 발표, 9090플랜가동, 소그룹별 릴레이 지지선언, 전남지역 대선공약발표회 등이 제안내용에 들어있다.

지방선거입후보자 투표소책임제는 지방선거 입후보예정자별로 대선투표소의 투표율. 득표율을 책임지도록 하고 그 결과를 지방선거 공천에 반영하는 방안이다.

김승남 전남도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당의 핵심지지기반인 전남의 뜨거운 이재명후보 지지열기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며 “취합된 제안을 실천해 반드시 4기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도록 전남이 앞장서자”고 당부했다.

입지자 선거운동성과를 공천에 반드시 반영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김 선대위원장은 절차적 공천실무를 이끌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이기도하다. 그의 이같은 발언으로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심리적 압박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민주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등식이 안겨준 부담이다.

이날 제안된 내용중 입지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것은 90-90플랜이다. 역대 전남 투표율은 90%를 넘지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마한 15대 대선때 전남투표율은 83%였다. 전국최고치를 기록한 곳은 광주였지만 89%에서 멈췄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당선된 16대때도 76%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패한 18대때 76.6%, 이어 탄핵으로 앞당겨진 19대 장미대선때는 78.8%였다. 투표율 목표 90%와는 거리가 멀다.

이와달리 역대 전남 대선득표율은 투표율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다. 15대94%, 16대93%, 18대89%를 기록했다. 그러다 19대때는 59.9%로 낮아졌다.

90-90필승플랜을 촉발시킨 이재명 후보의 호남 여론은 과거의 텃밭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봇물을 이루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평균60%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어쩌다70%에 턱걸이하는 경우도 있으나 50%,또는 40%선까지 밀리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 24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대선후보 지지도에 의하면 윤석열42%, 이재명36.8%로 오차밖 5.2%격차를 보였다. 여기서 호남은 윤18.6%,이 61.9%였다.

또 9개 유력 지방신문이 가입된 한국지방신문협회의가 25일 보도한 이 후보의 지지도는 전북55.0%, 광주·전남53.5% 로 나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체되거나 뒤걸음질치는 흐름마저 엿보인다. 20대와 여성, 호남의 낮은 지지율의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언론에 나돈다.

호남에서 이재명은 왜뜨지 않을까. 철옹성같았던 맹목적 지지분위기가 전만못하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현 정권의 실정, 후보의 흠결과 비리의혹 등의 영향을 배제하고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후보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득표율90%를 넘길 팬덤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아직 듣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득표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탄핵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에서 출마한 문대통령도 전남에서 득표율이 실망스러울만큼 낮았다. 그런데도 현재 긍정평가 40%선을 유지해오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도 30%중반 박스권에 묶여있는 이 후보와 비교된다.

기대했던 이낙연 효과소식도 감감하다. 이 전 총리가 원팀에 뛰어들었지만 열성지지자들이 마음을 열지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위 ‘케미’(화학적결합)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호남인들은 호남출신 거물급 후보 두 명이 경선에서 탈락한데 따른 아쉬움을 지금도 되새김질하고 있다. 경선 실적이 미미했던 정세균 전 총리와 달리 이 후보는 절반득표율을 올릴만큼 경쟁력을 보였다.

그러나 결선투표 기회가 봉쇄당하자 호남지지자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컸다. 지금 그 반작용이 부정적 여론형성의 한축을 받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층은 이재명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꾀나 높게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도 거부감의 강도가 상당하다는 걸 실감한다.

지방선거 입지자들이라 해서 신의 묘수를 지닌 인물들이 아니다. 지인들이 출마한 총선이나 지방선거캠프 상황을 지켜본 경험에 의하면 한계의 법칙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혹한 시련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싶어 연민의 정이 꿈틀거린다.

입지자들이 동원가능한 인력은 당원이나 선거운동원, 그리고 자발적인 봉사자들이다. 이들을 통해 투표율을 독려하고 선택을 권유한다한들 획기적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인력을 동원하려해도 선거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제약을 받는다. 또한 그들이 투표장에서 부탁받은 후보를 찍는다는 보장도 없다. 물먹이기 위해 말을 물가에 데려갔다가 거역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생리를 대입하면 부정마인드가 더 강해진다.

자발적일 수 없는 대선성과 인센티브가 공천을 위협한다해도 90%의 실적은 무리다. 이를 받쳐줄 지역여론의 추동력이 약하고 설득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전남의 필승전략 90-90이 대선승패를 가르는 매직넘버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능성과 실효성이 의문스런 선언적 선거전술이 공감 확산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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