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동면의 동북쪽에 자리한 석동마을은 아름다운 산골이었다. 진입로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관내에서는 대표적인 오지마을로 꼽힌다.

주변에 빼어난 풍치를 자랑하는 바위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계곡수는 맑았다. 저수지에서는 큰 잉어가 많이 잡혔다. 그 아래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석동마을을 가 본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마을 주택 지근거리까지 와 있는 태양광발전소가 사람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마을회관 바로 뒤편까지 태양광 패널이 침범해 있다. 경사진 산을 깎아 세운 태양광 발전소는 언제 마을 쪽으로 쏟아질지 모르는 형세를 하고 있다.

이런 태양광 발전소가 온 산골을 꽉 채우고 있다. 마을주변 계곡의 나머지 빈자리는 각종 축사가 빼곡이 들어 차 있다. 주변의 계곡수는 오염된지 오래다. 이런 곳에서 아직까지 사람이 살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석동마을을 중심으로 2016년도에 허가된 태양광발전시설면적은 총 6만7,000㎡로 축구장 10개와 맞먹은 규모다. 아름다운 계곡이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

환경이 이렇게 됐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없다. 마을은 갈수록 왜소해 지고 있다. 몇 년전만 해도 귀농인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마을이 오늘 이렇게 변해 버렸다. 오만가지 혐오시설을 일반 사람들의 통행이 적고 눈길이 없는 이 계곡에 모두 몰아 넣어 놓은 형국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석동마을의 사례를 보면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어떻게 마을의 미래를 파괴하는가를 보여준다. 태양광 사업자들의 욕심과 몇몇 주민들의 다급함이 지금의 석동마을을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단돈 몇천만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고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합의해준 것을 가슴을 치고 한탄한다고 한다. 결국 마을의 미래는 마을 주민들이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그 정도로 주민들에게는 법적인 힘도 있고, 보호받을 권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포기할 때 아무도 보호해 주지 못한다. 석동마을이 그 모델이다. 강진에는 석동마을 외에도 개발이란 명목으로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는 산골이 많다. 결국 마을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마을 주민들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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