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피부병 고치고자 손잡은 천년초…“이제는 주민들 건강식 됐죠”

아들 아토피 치료위해 강진으로 무작정 귀농
내 아이 먹일 먹거리가 어느덧 사람들 건강식 돼

송 씨 부부가 천년초 줄기를 수확하며 미소를 띄고 있다. 열매도 수확을 앞두고 있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키웠던 천년초가 이제는 주변의 많은 이들의 건강식이 되었다. 부부는 천년초로 빵을 굽고 음료를 만들며 내일의 희망을 키워간다.
송 씨 부부가 천년초 줄기를 수확하며 미소를 띄고 있다. 열매도 수확을 앞두고 있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키웠던 천년초가 이제는 주변의 많은 이들의 건강식이 되었다. 부부는 천년초로 빵을 굽고 음료를 만들며 내일의 희망을 키워간다.

 

과감한 선택이 때론 행복을 찾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병영면에서 ‘맘스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최인호(41).송언정(43)씨 부부가 딱 그렇다.

아들의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서른 일곱의 나이에 귀농을 결심했다. 그 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한평생 도시를 떠나본 적 없는 이들이 그렇게 연고도 없는 강진에 발을 들였다. 낯선 땅에 머물며 밭을 갈았다.

그 자리에 가시 맺힌 천년초를 심었다. 꽃이 피면 그것을 따다 빵을 만들었다. 오로지 아들을 위한 일이었고 먹거리였다. 

그리고 어느덧 귀농 5년째. 자식이 웃음을 띠니 부모의 마음은 밝기만하다. 가정이 편하니 주변도 따뜻하다. 아이들은 맑은 공기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고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부부는 또 다른 미래를 꿈꾼다. 

부인 송언정 씨가 직접 구워 만든 식빵과 도넛 등을 판매대에 내놓고 있다. 매일 구워낸 신선한 빵이다. 밀가루가 아닌 쌀을 사용해 영양적 가치도 높였다.
부인 송언정 씨가 직접 구워 만든 식빵과 도넛 등을 판매대에 내놓고 있다. 매일 구워낸 신선한 빵이다. 밀가루가 아닌 쌀을 사용해 영양적 가치도 높였다.

 

옴천면 정동마을 뒤편의 나지막한 야산. 송 씨 부부의 천년초 밭이 있는 곳이다. 300평 규모에 자리 잡은 천년초는 수확을 앞두고 붉은 열매를 풍성하고 내비치고 있었다.

꽃이 5월부터 7월까지 피면 10월부터는 열매를 수확하는 데 줄기는 아무 때고 수확할 수 있다는 게 송 씨 부부의 설명이다.

송 씨 부부는 지난 2015년도 옴천면으로 귀농하면서 천년초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천년초는 한방에서는 갖가지 질병의 처방제로 쓰이는데, 특히 아토피 등의 치료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병영 한골목길에 자리한 맘스농가다. 오전 10시가 되면 갓 구운 빵이 나온다
병영 한골목길에 자리한 맘스농가다. 오전 10시가 되면 갓 구운 빵이 나온다

 

극심한 아토피를 겪고 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귀농을 결심한 이들 부부로서는 최고의 작물이었던 셈이다.

재배법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작물 스스로 잘 자라는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병충해에 강한 작물이었다. 농약을 칠 필요가 없었다. 화학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랐다.

농사경험이나 지식이 전혀 없던 최 씨 부부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작물과도 다름없었다.

효능도 빼어났다. 뿌리부터 줄기, 열매, 꽃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식이섬유도 풍부했다. 여느 채소보다 많게는 9배가 많았다. 칼슘은 멸치의 10배나 됐다. 비타민C는 알로에보다 3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모든 농사라는 게 그렇듯 천년초 재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행착오가 잇따랐다.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갔다. 가시가 많은 작물의 특성상 제초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맘스농가는 천년초를 활용해 빵은 물론 음료와 아이스크림도 함께 선보인다.
맘스농가는 천년초를 활용해 빵은 물론 음료와 아이스크림도 함께 선보인다.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중무장을 하고 풀을 뽑지만 가시에 찔려 피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천년초는 일반 선인장 가시처럼 길고 뾰족한 게 아니라 얇은 가시가 송이처럼 달려 있기 때문에 줄기를 살짝만 건드려도 가시가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날려 살에 박힌다.

솜털 같은 가시가 피부로 파고 들 때마다 그 통증과 고통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괜히 시작 했나 싶은 자책이 들기도 했다.

부인 송 씨는 “처음에는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눈물도 한없이 흘렸죠. 그래도 천년초가 아토피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버텨보자며 남편과 이를 악물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덧 5년이란 세월이 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씨 부부가 마을에 정착하기에는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 이들 부부에게 농사 기법을 알려준 것도 주민들이고 또 천년초를 일굴 밭을 무상으로 내어준 것도 마을사람들이었다. 

박정식 병영면장은 단골손님 중 한 명이다. 부부가 어려움은 없는지도 자주 살핀다.
박정식 병영면장은 단골손님 중 한 명이다. 부부가 어려움은 없는지도 자주 살핀다.

 

부인 송 씨는 “마을공동체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니 함께 먹자며 초대를 하거나, 농사기술을 나눠주는 것은 물론이고 산에서 캔 나물을 비닐봉투에 넣어서 아무 말 없이 마당에 툭 던져놓기도 했죠. 그러한 환경에서 생활하다보니 저희 부부의 가치관과 교육관도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베풀고 나누는 것, 자연에서 느끼는 온전함, 땅의 가치, 농촌의 풍요로움 등 우리가 겪은 모든 일상들을 내 아이들에게 그대로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송 씨 부부는 원래 부산에서 살았다. 부인 송 씨의 고향이다. 남편 최 씨는 전주 사람이다. 둘은 전주대학교에 입학해 서로를 알게 됐고 이후 연인으로 발전해 지난 2007년도 결혼했다. 결혼 이후에도 도시의 삶은 계속됐다. 농촌의 일상이나 귀농의 삶은 겪어보지도 그리고 상상하지도 않던 미래였다.  

이들 가정에 어느 날 예고 없이 아픔이 찾아왔다. 둘째 아들이 앓던 아토피가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 전체로 퍼지며 그 심각성을 더했던 것이다. 부산의 내로라하는 병원은 다 다녀봤지만 그 때뿐이었다. 아이의 고통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부부는 고민 끝에 결심했다. 아이에게 무리한 치료를 강행하느니 환경을 바꿔주자고 했던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언론을 통해 그렇게 부부가 아이들을 이끌고 찾은 곳이 강진이었다.

송 씨 부부는 “농촌에서의 삶이라고 해서 아이의 병이 곧바로 치료되거나 완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변화는 분명하게 느낀다”며  “무엇보다 아이가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고 또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가 또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신선하고 건강한 시골빵집…내일의 행복이 부푼다
병영면 한골목길에 위치한 ‘맘스농가’는 송 씨 부부가 2018년도부터 운영하고 있는 카페이자 빵집이다. 6평 남짓한 길가의 작고 허름한 빈 점포를 매입해 빵을 굽는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간판은 엄마의 마음을 담은 농가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빵집을 운영하면서 거처를 옮겨오긴 했지만 송 씨 부부의 농사일은 여전히 옴천에서 이뤄진다. 13살 딸과 11살 된 아들도 옴천초등학교에 그대로 재학 중이다. 

맘스농가에서는 오전 10시 무렵이 돼야 구운 빵을 맛볼 수 있다. 부인 송 씨가 매일 구워낸 신선한 빵이다. 송 씨는 부산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 제과기술도 그 때 터득했다.

빵의 종류는 많지 않다. 식빵과 꽈배기, 시폰, 쿠키가 전부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빵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비결은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다. 빵의 주재료는 밀가루가 아닌 쌀이다. 밥이 되는 빵인 셈이다. 도시의 취향보다는 농촌사람들의 입맛에 제격이었다. 보존료, 유화제, 인공향 등을 쓰지 않고 흰 설탕도 대부분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에 직접 재배한 천년초로 맛과 영양을 더하니 그 특별함이 소비자들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송 씨는 “아이가 아토피 증상이 심해서 아무거나 함부로 먹일 수가 없었는데, 천년초와 쌀을 이용해 빵을 만들어 줬더니 신기하게도 괜찮은 거예요. 제 아이가 먹어도 괜찮은 빵이라면 건강한 먹거리라는 확신이 생겼죠. 빵집을 겸한 카페를 꾸리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미소지었다.

이제는 주변의 단골손님도 꽤나 늘었다. 요즘에야 코로나19확산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크게 줄었지만 작년까지 만하더라도 주말이면 관광객 30~40명은 거뜬히 다녀갔다는 게 송 씨 부부의 얘기다.

송 씨 부부는 지금처럼 신선하고 친환경적인 재료로 빵과 음료를 선보이는 빵집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송 씨 부부는 “기회와 여유가 된다면 천년초의 재배규모를 넓히고 가공 및 생산시설을 차츰 확충하여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더욱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며 “저희 맘스농가가 엄마의 진심이 담긴, 그리고 농촌의 건강하고 풍요로움이 묻어 있는 그런 작지만 소중한 빵집으로 알려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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