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들어와 보니 남쪽으로 넓은 들판이 장관이네

마을 회관옆 한 가정집에서 주민들이 모여 오후 간식을 즐기고 있다.
마을 회관옆 한 가정집에서 주민들이 모여 오후 간식을 즐기고 있다.

 

칠량 연곡마을의 1970년대 중반 흑백 사진을 보면 마을 뒷산이 온통 밭이다. 산이 그리 높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거의 산꼭대기까지 계단답을 만들어 경작을 했다. 지금은 산이 우거져 푸르기만 하다. 숲 사이로 계단답의 흔적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그랬다. 밭이 많은 곳은 여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연곡마을도 예외는 아니여서 철따라 고추, 배추, 상추를 재배해 팔았다. 연곡마을에서 장이 있는 칠량면소재지까지는 먼 거리다.

마을집의 토담이 아름답다. 중간에 하얀 테두리는 오래전 마을 게시판으로 이용되던 부분이다.
마을집의 토담이 아름답다. 중간에 하얀 테두리는 오래전 마을 게시판으로 이용되던 부분이다.

 

1975년에야 첫 버스가 들어 왔다고 하니까 그 전에는 모두 걸어서 칠량장을 다녔다. 연곡마을 뒷산은 군동 금사봉부터 긴 산줄기가 이어진다. 그래서 1988년 큰 화재가 났을 때 군동 금사리 뒷산에서 난 불이 이곳 연곡마을 뒷산까지 덮쳤다.

10여년 전만 해도 화마가 지나간 자국이 멀리서도 보였지만 지금은 모두 숲속으로 숨어 버렸다. 최근까지도 논두렁을 태우다 불이 나서 마을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 내린 상황이 종종 있었다.

연곡마을은 고려말엽 함양박씨가 터를 잡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밀량 손씨와 선산 임씨가 많이 산다. 마을의 지형이 연못에 연꽃이 피어 있는 형국이라 연곡(連谷)이란 이름이 붙었다.

야트막한 산 아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야트막한 산 아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남쪽으로 펼쳐진 시원한 들녘이다. 마침 가을이라 들판이 마치 끝도 없이 널려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마을은 들어와서 느껴 봐야 제맛이 있는 법이다. 큰 도로로 운전하며 지나다니며 멀리서 바라보는 마을은 말 그대로 겉만 보는 것이다.

직접 마을에 들어가서 사방을 살펴봐야 그 마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연곡마을은 넓은 들판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쌀이 풍족했던 마을이다.

그래서 연곡마을은 대식동(大食洞)이라 불리기도 했다. 옷과 밥이 풍부한 곳, 다시말해 풍요로운 곳이란 의미다.

마을의 터가 좋아 빈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종종 오지만 집이나 땅을 팔려고 내 놓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연곡마을에도 가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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