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행복한 꿈…굼벵이로 세상 이롭게 만드는 것이 포부

귀농 5년만에 강진 굼벵이산업 성공 이끌어
100만 마리 사육 규모, 수확량 연간 3톤 달해 

굼벵이들의 상태가 우수하다. 대개 출하를 앞둔 굼벵이 한 마리 무게는 2.5g~3g정도다. 반면 방 대표가 키운 굼벵이들은 3.4g~3.5g을 보인다. 그만큼 크기나 무게가 월등하고 생산성도 높다.
굼벵이들의 상태가 우수하다. 대개 출하를 앞둔 굼벵이 한 마리 무게는 2.5g~3g정도다. 반면 방 대표가 키운 굼벵이들은 3.4g~3.5g을 보인다. 그만큼 크기나 무게가 월등하고 생산성도 높다.

 

아무런 지식도, 계획도 없었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기만 하면 귀농의 꿈은 쉽게 이뤄질 줄만 알았다. 그렇게 시작한 게 굼벵이 사육이었다. 그저 ‘키우기만 하면 팔리겠지’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큰 착각이고 그릇된 판단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야 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굼벵이를 잘 키워야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굼벵이도 한 식구가 됐다.

눈길과 손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해서는 안됐다. 그렇게 서로 의존하고 돕는 삶을 살게 된지 5년째.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방재남(53)대표의 사육기술과 노하우를 듣기 위해 그의 굼벵이농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곤충산업 볼모지에서 롤 모델을 이루다

방 대표와 부인 이영미씨가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굼벵이가공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환과 분말, 엑기스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종충도 구입할 수 있다.
방 대표와 부인 이영미씨가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굼벵이가공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환과 분말, 엑기스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종충도 구입할 수 있다.

 

성전면 신풍마을의 ‘월출산 굼벵이농장’. 들녘사이에 210평(700㎡)규모로 지은 농장은 고요했다. 멀리서부터 분뇨 냄새와 동물 소리로 그 존재를 드러내는 가축농장과는 180도 달랐다. 자극적인 냄새도 없었다. 떨어진 것을 주워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내부는 깨끗했다.

굼벵이 사육장으로 발길을 내딛었다. 일종의 저장 창고처럼 보였다. 오와 열을 맞춘 선반 위로 굼벵이가 들어 있는 반투명 플라스틱 상자가 눈길을 끌었다. 뚜껑을 열자 갈색 톱밥이 숨을 쉬듯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손으로 톱밥을 퍼내자 숨어있던 2~3㎝크기의 하얀 굼벵이들이 꿈틀대며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봐도 튼실하다. 꿈틀대는 몸짓도 힘차다. 그만큼 잘 자랐고 건강하다는 의미다. 이 굼벵이가 다 자라 성충이 되면 ‘흰점박이꽃무지’가 된다.

방 대표가 사육장 시설에서 굼벵이들의 성장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방 대표가 사육장 시설에서 굼벵이들의 성장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꽃벵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도 부른다. 지난 2016년 12월 식약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 지금은 식품의 제조·가공·조리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방 대표는 굼벵이의 성장 시기에 따라 사육장의 온도를 각기 다르게 관리했다. 생애주기별로 적당한 사육온도를 유지해줘야 좋은 품질의 굼벵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에는 굼벵이 사육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타 지역의 농장을 견학해 얻은 지식을 그대로 도입했으나 온갖 실패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사육법을 갖춘 것이다. 

방 대표는 “흔히 곤충사육농가들은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정해진 온도에 맞춰 사육장을 운영한다.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방식이다. 사람도 신생아나 청년, 노인이 체감하는 적정 온도가 다르지 않느냐. 굼벵이도 마찬가지다. 유충에서 성충에 이르기까지 그에 맞게끔 온도를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충요리지도사 자격증을 갖춘 부인 이영미씨는 다양한 굼벵이요리를 만든다.
곤충요리지도사 자격증을 갖춘 부인 이영미씨는 다양한 굼벵이요리를 만든다.

굼벵이는 식용곤충인 만큼 사육단계부터 출하 및 가공까지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수다. 때문에 먹이도 남다르다. 방 대표는 유충의 먹이인 참나무톱밥을 발효하여 사용하는데, 이 때 단백질 성분이 많은 밀겨와 약재 등을 함께 배합해 넣는다. 이 또한 방 대표가 1년 동안 연구와 실습을 통해 터득한 먹이배합 기술이다.

잘 자고 잘 먹는 만큼 굼벵이들의 건강상태는 우수하다. 방 대표에 따르면 대게 출하를 앞둔 굼벵이 한 마리 무게는 2.5g~3g정도다. 반면 이곳 농장 굼벵이들은 3.4g~3.5g을 보인다. 그만큼 크기나 무게가 월등하고 가공했을 때 생산량도 더 많다는 의미다.

방 대표의 굼벵이 사육법을 듣기 위해 일본과 중국에서도 농장을 찾고 있다.
방 대표의 굼벵이 사육법을 듣기 위해 일본과 중국에서도 농장을 찾고 있다.

이렇게 120일 동안 건강하게 자란 굼벵이들은 먼저 절식 과정을 통해 분변을 배출시킨 다음 꼼꼼한 세척과정을 거쳐 살균과 건조과정이 끝나면 건강식품으로 재탄생한다. 주로 환과 분말, 엑기스의 형태로 가공돼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방 대표는 “곤충은 일반적인 농산물과 달리 생명체이기 때문에 더 세심함이 요구된다. 움직임을 잘 살필 수 있는 관찰력이 있어야하고 끈기 있게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정성과 진심이 통하면 곤충이든 사람이든 그 변화는 언젠가는 꼭 찾아든다”고 말했다.   

방 대표의 농장은 일 년에 많게는 500팀이 넘는 인파가 몰릴 정도다. 굼벵이 종충을 구입하려는 전국의 사육농가와 체험객들이다. 작년에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방 대표의 농장을 견학했다.

■“간암말기 환자 전화에 마음의 눈을 뜨다”
곤충을 바라보는 사육농가들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생명체’이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저 ‘돈벌이’에 불과한 그런 존재로 그칠 뿐이다. 방 대표도 한 때는 그랬다. 곤충을 가벼이 여기고 또 굼벵이를 찾는 사람들을 단순한 소비처로 받아들였다.

방 대표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세 통의 전화였다. 고향인 강진으로 귀농을 하고 굼벵이농장을 세운 그해, 2015년도의 일이었다.  세 통의 주문 전화가 며칠 간격으로 잇따라 왔다. 모두 간암말기의 환자들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굼벵이라도 먹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굼벵이가 간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언론을 통해 입증되면서 굼벵이가공제품이 간암환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방 대표는 “그 때 깨달았죠. 누군가에는 이 굼벵이가 마지막 희망일수도 있구나하고요. 그 때부터는 대충 키우면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간암 환자들의 절박함만큼 저 또한 진심을 담아야한다고 각오했죠”

방 대표의 부친 또한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고작 9살 때였다. 때문에 방 대표는 지금도 늘 ‘진심’을 강조한다. 곤충에게든 사람에게든 그 마음이 변함없어야 한다는 지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방 대표는 “제가 정성스레 키우고 만든 제품으로 건강이 좋아졌다는 고객들의 전화나 문자를 받을 때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그래서 굼벵이는 저 뿐만아니라 모두에게 희망이다. 굼벵이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라는 것이 제 가치관이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현재 곤충요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곤충산업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 굼벵이를 원료로 하는 여러 가지의 제품을 더 기획하고 개발할 계획이다”며 “더불어 시설 규모의 확대와 전문화를 통해 지역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적 공유가치를 함께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방 대표는 “지자체의 포장재 지원사업에 있어 기존의 일괄 균등 지원방식을 탈피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개선해 추진하면 사업의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강진 곤충산업에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민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굼벵이 어디에 좋을까?

굼벵이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 중 혈압 강화작용에 끼치는 ‘올레산(오메가-6)이 전체 지방산 중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유용 영양소들도 많다. 또한 굼벵이에 들어 있는 ‘인돌 알칼로이드’가 혈전 치유와 혈행 개선에 효과가 있음이 연구로 밝혀졌다.

간 질환에 대한 예방효과는 물론 면역학적으로 간의 실질세표와 비장세포에서의 조직 손상과 섬유화에 관계되는 ‘TNF-α’와 ‘TGF-β’의 생산 억제를 통해 간 손상에 대한 보호 기능이 있다.

이외에도 당뇨병 치료 효과와 항산화력과 같은 생리활성 효능도 우수하다. 또한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중풍 같은 뇌혈관질환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혈전을 응해 시켜주는 효능이 뛰어나다. 구입문의 010-8602-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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