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긴장감 팽팽…자발적 대응이 지역 유입막는 방패

휴관보단 체계적 관리가 더 효과적이라 판단
자립형 예방시스템 구축과 선제적 대응 호평

작업장과 사무실 출입문에서는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하여 매일 참여자 및 직원들의 발열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 4일 전라남도 도청 공무원 4명이 강진지역자활센터를 방문했다. 전남도내 22개 시·군에서 유일하게 휴관하지 않고 있는 강진지역자활센터의 운영 및 관리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기습점검이었던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28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방지하고 취약계층 감염예방을 위해 지역자활센터 등 사회복지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휴관을 권고했다. 기간은 당초 3월 8일까지였으나 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자 정부는 오는 22일까지로 기간을 연장했다. 전파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강진지역자활센터 문정국 센터장.
강진지역자활센터 문정국 센터장.


그런데도 강진지역자활센터는 모든 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중이다. 종사자와 참여자 등 50여명에 이르는 인력은 평소와 다름없이 맡은 임무와 역할에 충실하다. 권고에 따른 휴관 계획도 아직까지 없다.

독단적이고 막무가내 식 행보로 비춰질 우려는 크지만 그만큼 감염병에 대응하는 집단적 능력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확신이 더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감염병에 대처하는 공유기반은 날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점검에 나섰던 도청공무원들 조차 강진지역자활센터의 자체적·선제적 대응에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감염병 대처 공유기반 탄탄…전남 유일 개관
“참 많은 고민을 했죠. 혹시라도 누구 하나 확진판정을 받게 되면, 휴관 권고에 불응하고 사업을 계속 유지한 센터장의 판단에 여론의 지탄과 사회적 비난이 거세질 것은 분명하니까요”

예방교육은 물론 개개인의 숙지상태를 점검하며 체계성을 높이고 있다.
예방교육은 물론 개개인의 숙지상태를 점검하며 체계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읍 서성리에 소재한 강진지역자활센터 작업장에서 만난 문정국(45) 센터장은 민감한 시기에 왜 굳이 ‘사업 유지’라는 초강수를 택했냐는 기자의 물음에 비교적 담담하게 답했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대답은 논리적이었다. 나름의 확신도 있어보였다. 지난 2013년도부터 강진지역자활센터의 수장을 맡았을 만큼 젊은 감각과 강한 추진력은 가장 큰 장점임이 분명한 듯 보였다.

그만큼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감염병이라는 게 젊은 감각과 추진력만 갖고 싸울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것은 아닐뿐더러 전국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정부의 권고사항을 따르지 않은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은 행보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권고대로 휴관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참여자들의 육체적 노동을 줄일 수 있고 관리직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편하고 좋은 일이었다. 

이에 문 센터장은 “우리 자활식구들이 정해진 휴관일 동안 외출을 삼가고 개인위생을 준수하며 생활하면 좋겠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만은 없는 것”이라며 “급작스레 주어진 유급휴무를 즐기려고 타지에 사는 지인들을 만나러 지역을 벗어나거나 전염병 관리상 필요한 개인 위생관리를 소홀하게 된다면 차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갈 즈음에 우리는 뒤늦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관을 고집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강진지역자활센터는 그 어느 지역 기관보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제적으로 노력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 문 센터장의 설명이다.

매일 사무실과 작업장, 업무차량 등을 대상으로 방역작업을 하고 있으며 사무실 출입문과 작업장에서는 열화상카메라를 활용하여 매일 참여자 및 직원들의 발열상태를 수시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강진지역자활센터만의 독특한 ‘근태관리’시스템 덕분에 유지가 가능했다. 강진지역자활센터는 모든 직원과 사업 참여자가 지문인식기를 통한 출퇴근 관리를 하고 있다. 사무실에 모여야만 근태기록을 남길 수 있는 방식이다. 때문에 모든 인원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매일 열화상카메라로 체크하고 이를 통해 직원의 발열상태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즉각 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 참여자들과 직원들은 손소독제 사용법까지 올바르게 교육받고 있다.
센터 참여자들과 직원들은 손소독제 사용법까지 올바르게 교육받고 있다.

감염병 유입과 확산 방지에 있어 선제적 대응조치와 자체적 격리시설 마련 등의 자발적 노력도 전라남도와 지역사회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강진지역자활센터는 참여자들의 휴식공간으로 쓰이던 3평 남짓한 컨테이너를 지난 2월부터 자체격리시설로 전환하고 유지관리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에는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참여자와 종사자 56명을 대상으로 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선제적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2월 24일은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가 급격히 확산되던 시기로 당시 국내 감염 확진자는 602명, 사망자는 5명에 그치고 있을 때였다.  

강진지역자활센터 이향진 교육팀장은 “당시 정부에서는 위기경보상태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상향했고 지역사회의 감염망이 뚫렸을 것으로 판단된 상황이었다”며 “이에 따라 강진지역자활센터는 모든 직원과 참여자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맞춤형 대응에 즉각 나섰다”고 밝혔다.

강진지역자활센터는 전수조사를 통해 해외 및 국내 여행이력과 종교 활동 참여 여부,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사항 등을 면밀히 파악하였고 이들에 대한 건강상태와 주변인의 감기 증상 여부까지 세밀히 조사하여 결과보고서를 만들고 맞춤형 대응을 실시했다. 또 단순히 홍보에 그쳤던 코로나19예방교육활동을 강화하여 개개인의 숙지상태를 점검했고 개별 마스크 및 손소독제 확보 상태를 파악해 대처방안을 마련했다. 

문정국 센터장은 “당시 설문조사를 통해 전체의 11%가량이 해외 및 국내여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고 또 1.8%가량은 단순 미열증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수시로 이상증후를 파악했다”며 “또 전체의 25%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문 센터장은 “물론 휴관을 하지 않은 제 선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 기관 및 시설마다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강진지역자활센터는 센터에 맞는 상황에 대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며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우리 자활식구들과 강진군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고 오늘도 모든 직원과 참여자들이 공통된 공유기반을 바탕으로 감염병 예방과 확산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일자리 사업기관
강진지역자활센터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을 받아, 강진지역의 저소득계층의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운영·관리함으로서 궁극적으로 자활기업으로의 창업이나, 타 기업으로의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주도형 일자리 사업 실시기관이다.

지난 2002년에 강진자활후견기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관하여 2007년 강진지역자활센터로 명칭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강진지역자활센터는 관내 일자리가 필요한 저소득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교육, 마케팅 등을 통한 효과적인 사업운영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자활근로사업, 사회서비스사업, 아동급식사업, 강진군기초푸드뱅크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자활센터는 10명의 종사자와 40여명의 자활근로 참여자 이외에도 30여명의 요양보호사들에게 든든한 일자리가 되어주고 있다.

자활근로사업으로는 11개 읍‧면의 공용화장실 및 민간아파트 청소, 방역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청소사업과 아동급식 및 강진다산조청을 생산하는 식품사업단, 야생화인 맥문동 재배를 비롯한 여러 농작물을 생산하는 복합영농사업단, 김부각과 참기름을 생산하고 있는 고소미사업단, 열악한 환경으로 세탁서비스가 필요한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이동세탁사업단.

이렇게 총 5개소의 자활근로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아동, 청소년, 여성, 장애인, 다문화와 같은 지역의 여러 사회복지 분야와 협력하고 교류하여,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민들을 위하여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의 힘으로 극복되지 않는 경제적·정신적·정서적 문제를 지역 사회복지 네트워크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경제적 자활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 자활까지 도맡고 있다.

문정국 센터장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곳이 바로 자활센터다.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려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나는 어려운데, 마음이 힘든데, 능력이 안 되는데’이런 생각으로 오늘을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며 “의지만 있으면 센터가 나서서 지원하는 혜택이 정말 많다. 참여자들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위해 좀 더 힘을 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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