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진행했던 토론이 오늘날 청자촌의 밑거름 됐다

나는 유독 청자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맡았다. 업무를 맡으며 강진청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강진청자는 제작기법과 태토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됨으로써 그 명성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강진에서 생산하고 있는 청자의 태토는 점력이 풍부하고 내화도가 높으며 입도가 균일하고 철분 함량이 과다하지 않다. 이 때문에 두드리면 금속음이 나고 균열이 없으며 유색이 비취빛을 띄는 우수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강진군에서는 천년 전 도공들의 혼을 이어받아 청자산업을 지역경제의 얼굴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해외순회전시회였다.

해외순회전시회의 목적은 크게 3가지 였다. 그중 첫 번째는 대한민국의 대표 공예품인 청자를 전 세계인에게 알려 판매망을 확충하고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국내 홍보 효과를 거둬 국내 도자기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셋째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의 유명한 작가들을 강진지역으로 유치해 청자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해외순회전시회의 첫 번째 나라는 도자기를 좋아하는 일본이었다. 전시회의 시작은 일본 도예촌 사전 답사로부터 시작됐다.

2006년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5박6일의 일정으로 큐슈지역의 미야자키현 아야정(綾町, 치유의 숲과 유기농의 본고장)과 아리타정(有田町, 도자기의 고장)을 돌아봤고 혼슈지역에서는 이바라키현 카사마시(笠間市 공예의 언덕)과 마시코정(益子町 도자기 고장)을 둘러보았다.

그때 방문은 나를 비롯해 군수, 의장, 도예연구소장, 고려청자박물관장 등이 동행했다. 방문의 목적은 청자특구 지정과 관련 일본 도자기 고장의 현황과 실태 확인하고 삼림 치유의 숲과 유기농 재배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때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이동시간이 긴 버스시간에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강진의 청자산업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군수가 의견을 내놓아 이뤄진 것이었다.

방문이 큐슈에 이어 마지막으로 카사마시를 둘러 본 뒤 관광버스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군수가 갑자기 "버스 이동하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된다"며 "그동안 방문했던 소감 발표회를 갖고, 3시간 동안 고려청자발전에 발전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회 개최해보자"고 말했다.

이때 나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일본을 둘러보고 강진의 청자촌에 대해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평소 해보지 않아 낯설었던 토론회였기에 처음에는 다소 머뭇거렸던 공직자들도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면서 열띤 토론회가 펼쳐졌다.

이때 버스에서 나온 의견들 중 청자특구 구역을 획정함에 있어 대구 당전입구에 무질서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점과 종교시설 등을 외곽으로 이전 조치할 수 있도록 특구지역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당시 군수를 비롯해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강진고려청자문화도시특구 지정 사업은 2007년에 이뤄진 사업으로 면적 15만2천377㎡(46,140평)로 사업기간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이었다.

총 사업비는 국비 220억, 도비 19억, 군비 170억, 민자 28억 등 총 437억원으로 사업내용은 공방 42필지와 주차장530면 등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청자촌의 기틀이 된 사업이다.

버스로 이동한 후 방문단은 도쿄도청 우에다공원 인근 식당에서 라종일 주일대사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강진청자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려 청자산업을 육성 발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디딤돌이 되도록 ‘천년 나들이 강진 청자 일본순회전’을 갖자는데 의견이 집약됐다.

이 자리에서 김 주일대사도 황족 등 유명인사가 행사에 참석하게 하는 등 적극 후원을 약속하면서 방문단은 한껏 고무됐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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