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농사짓는 사람들은 겨울철이 더 바쁘죠”

월출산의 그림같은 풍경에 반해 강진 선택
33년간 군장교로 복무, 귀농후 포도 재배
샤인머스켓 품종 알리미로 농가 보급 앞장
2년만에 2농가에서 15농가로 크게 늘어

김기백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김 씨는 지난 2018년 성전 월남마을로 귀농해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김기백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김 씨는 지난 2018년 성전 월남마을로 귀농해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월출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곳 성전면 월남마을. 바로 이 곳에는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고 초록빛이 먹음직스러운 청포도 수확을 꿈꾸는 귀농인 김기백(58), 이명란(53)씨 부부가 살고 있다.

김씨 부부는 매일 포도농장에서 청포도가 주렁주렁 줄지어 매달려 있는 모습을 꿈꾸며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 씨는 원래 고향은 강원도 원주이다. 그곳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참외농사와 땅콩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도와 학창시절부터 모종가꾸기 등 일을 도왔다. 모종을 담을 포트를 만드는 것이 김 씨의 일이었다.

고향인 원주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대학을 진학했고 ROTC에 지원했다. 군장교로 22년간 활동한 후 예비군 지휘관으로서 활동한 기간까지 총 33년은 군부대와 함께 했다.

김기백씨가 부인 이명란씨와 자신이 작성한 영농일지 수첩을 살펴보며 미소짓고 있다.
김기백씨가 부인 이명란씨와 자신이 작성한 영농일지 수첩을 살펴보며 미소짓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4월 예비군 지휘관 자리도 내려놓으면서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꿈구었던 농부의 삶을 실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 생각난 곳이 바로 강진. 강진에서도 월출산이 보이는 월남마을이었다.

김 씨의 부인 이 씨는 고향이 성전 월남마을이다. 현재 친정 부모님도 마을에서 살고 있다. 이 씨는 군생활을 하던 김 씨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됐다. 김 씨는 결혼하기 이전 부인 이 씨의 고향인 성전을 방문했고 월출산을 오르게 됐다.

월출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진의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과 같은 것이었다. 그 풍경에 빠졌고 결혼해서 은퇴하게 되면 언젠가 월출산이 보이는 월남마을로 돌아오리라 결심을 했던 것이었다.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김 씨는 2018년 가을 월남마을로 내려왔고 이듬해 1월까지 포도농사를 위한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김 씨는 사실 군 장교로서 생활하던 중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곳에서 과수마스터라는 별명이 있는 자신의 스승을 만나게 됐다. 그는 포도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그 외에 딸기 등 다양한 과수분야에 지식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 충북 영동서 군생활중 포도 재배법 익혀

포도넝쿨이 타고 올라갈 고정 파이브를 살펴보고 있다.
포도넝쿨이 타고 올라갈 고정 파이브를 살펴보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의 스승에게 포도와 복숭아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고 자신도 영동군에서 근무를 하며 시간이 날때면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스승의 농장을 방문했다. 스승은 김 씨에게 새로운 모습의 포도를 하나 건넸다.

그 포도는 기존 포도에 비해 ‘톡’ 터지는 좋은 식감을 갖고 있으면서 당도도 높고 알맹이도 커서 상품성이 있어보였다.

포도의 신세계를 경험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바로 이 포도는 ‘샤인머스켓’이라고 불리우는 포도였다. 이때에만 하더라도 포도농가들도 생소한 품종이었다.

김 씨는 약 3천평에 규모 비닐하우스에 일정 간격으로 포도나무를 식재했다.
김 씨는 약 3천평에 규모 비닐하우스에 일정 간격으로 포도나무를 식재했다.

그는 머릿속에 이 포도 품종을 머릿속에 기억했다. 이때 영동군에서 생활은 그의 인생을 바꿔주었다.

월남마을로 귀농한 이후 김씨는 영동군에서 보았던 ‘샤인머스켓’ 품종 재배를 머릿속에 그려두었고 이를 그대로 하우스를 설치했다. 김 씨는 강진으로 내려오기 4~5년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노트에 비닐하우스의 모양을 구상하고 포도를 어떻게 심어야 할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기록해두었다. 이때 작성한 기록들은 추후 강진에 내려와서 영농계획서로 만들어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했다.

계획서를 보고 기술센터에서도 김 씨의 가능성을 보고 묘목이나 관수시설 등을 갖출 수 있도록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었다.

포도나무 아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포도나무 아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김 씨는 부인과 함께 하우스를 설치하고 포도나무 묘목을 심었다. 나무를 심을때 구덩이를 파고 황토흙을 직접 공수해 포도나무 뿌리 부분에 채워넣었다.

나무들도 일정한 간격별로 나무를 심었고 줄별로 약 80cm 거리를 띄워두었다. 너무 밀식해서 나무를 심게 되면 나무가 자라는데 좋지 않기때문이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넝쿨이 타고 오르는 기둥이다.

● 포도 재배 기술 지역농민들에 보급 앞장

올해 수확을 하기 위해 김 씨 부부는 겨울철이지만 매일 땀을 흘리며 하우스 일을 하고 있다. 겨울철에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바로 포도 나무들을 관리하는 일이다.

나무에 비료를 주고 꾸준히 물을 주어야 한다. 포도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여기에 날이 따뜻해지면 병충해와 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주로 곰팡이와 탄저병, 깍지벌레, 총체벌레 등이 기승을 부리곤 하는 데 이를 방제하기 위한 살균과 살충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또 포도나무를 살펴보며 일부 가지치기를 해준다.

날이 슬슬 풀리는 3월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된다. 바로 나무가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바로 물주기이다.

2주에 1번정도 충분히 물을 주어야만 포도 열매가 잘 열린다. 물이 부족할 경우에는 꽃이 맺혀져 떨어지기 때문에 수확을 얻을 수 없다. 여기에 겨울부터 예방해왔던 살균과 살충 작업도 지속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또 본격적으로 포도 넝쿨이 자라기 시작하면 넝쿨이 기둥에 잘 감겨올라갈 수 있도록 관리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포도가 자라는데 지장을 받지 않아 상품가치가 높은 포도를 재배할 수 있다.

김 씨는 이처럼 영동군에서 몸으로 배우고 익혔던 포도 재배 노하우들을 이제는 강진군 농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귀농 초기만 하더라도 포도 농가가 2~3농가에 그쳤는데 이제는 10여농가가 넘어서 모임이 결성됐다.

한달에 1~2회정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모임을 갖고 재배기술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샤인머스켓이라는 포도 품종에 대해 정보가 많이 없어 농가에 보급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김 씨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김 씨는 “포도하면 보랏빛의 캠벨 품종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샤인머스켓’이 수익성이 좋아 농가에서 선호하는 품종”이라며 “겨울철에 병충해를 어떻게 예방하느냐가 한해 농사를 성공을 좌우하는 만큼 나무관리와 병충해 예방에 집중해야 당도높고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인머스켓’포도는 무엇일까?

일본에서 1988년 2가지 품종을 인공 교배하여 만든 청포도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처음으로 식재됐으며, 2012년 이후 로열티 없이도 재배 및 수출할 수 있는 정식 권리를 취득한 품종이다. 강진에서는 2017년경부터 재배가 시작된 품종으로 수익성이 좋아 농가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샤인머스켓 포도의 재배방법은 일반 포도와 비슷하지만 동해에 다소 약하기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야 하며 거름을 많이 주게 되면 당도가 오히려 오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적당한 비료양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데 이는 경험으로 터득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관내에는 15농가 정도가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