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패스트트랙법안을 주도한 호남의원들뿐만아니라 반대의사를 표명한 호남 의원들 또한 집중조명을 받았다. 지난 27일 공직선거법 표결에서는 바른미래당 당권파인 박주선·김동철·김성식 의원과 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불참했다.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던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표를 던지지 않았다.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기권했다. 찬성 165표로 과반(148)을 넘겨 통과되었지만 범여 군소정당의 균열상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중 바른미래당 박주선·김동철 의원이 28일 공수처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전날 최고회의에서 반대뜻을 공개표명했다. 이처럼 '4+1' 협의체에 포함된 바른미래당 당권파 소속 의원들이 잇달아 공수처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30일 예정된 공수처 법안 본회의 표결에서 이탈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돌았다. 찬반을 가르는 의원수는 19명,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 호남의원이 22명이기 때문에 호남야당의원이 케스팅보터였다.

그러나 30일 결행된 국회표결에서 4+1 협의체 소속 의원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은 빗나갔다. 공수처법 찬성은 선거법 개정안 찬성(156명)보다 오히려 4명 더 많았다. 이날 오후 민주당 등 4+1 협의체가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도록 권고 의견을 제시한다’고 추가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반대했던 호남의원중 일부가 공수처법표결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의미이기도하다.

개혁 법에 대한 부정평가 여론이 꾀나 높다. 내용이 위헌적이고 권력층 몸보신을 위한 독소조항을 끼워넣었다는 것이 주된이유다. 범여권이  표결을 강행한 공직선거법은 이른바 4+1 협의체가 밀실에서 고친 수정안이다. 지난 4월에 발의해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과는 완전히 다르다. 원안의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은 253석+47석으로 바뀌었고, 연동률도 30석에만 적용하기로 했고, 그나마 연동률은 50%로 제한했다.

석패율은 아예 사라졌다. 공수처법은 검찰이 고위공직자 비리를 인지한 순간부터 공수처에 통보하도록하는등 권력층 입맛에 맞는 내용을 밀실에서 추가한 것으로 변질됐다. 원안에도 없었던 신설 내용일 뿐만아니라 법사위나 자유한국당등에 귀띔도 하지않았다. 개혁입법은 절차상 공정하지 못했고 헌법에 명백히 위배된다는게 자유한국당과 상당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개혁입법을 성사시킨 주역인 4+1협의체는 정의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평화당등 4개 범여권 정당이 민주당에 힘을 보태는 구조다. 정의당을 제외한 범여권을 구성한 의원들은 호남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선거법이나 공수처법 협상때 대표참여자는 호남의원일색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연스례 선거법보다는 공수처법 통과가 목표인 민주당으로서는 범여권 호남의원달래기에 올인했다.
 
호남의원들이 표결에서 반대로 돌아서면 과반 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을 붙잡아둘  핵심당근은 현행 선거구유지였다. 정의당이 바랬던 비례대표의원수를 늘리고 선거구를 줄인다면 야권 호남의원들이 개혁선거법에 찬성할 수 없다. 자신들의 선거구가 통폐합대상이 되는데 자살행위같은 선거법 동조를 할리 만무하다. 그렇게 되면 패키지로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법 표결처리도 위험해진다.

패스트트랙 원안대로라면 호남에서 7석이 줄어들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은 253석+47석으로 바뀜으로서 현행지역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된 것이다. 최종안이 타결된 후 민주당의 막판 결심을 이끌어낸 결정적 주인공은 대안신당 전북출신의원이라는 사실이 중앙지에 크게 실렸다 호남의원들의 수퍼 파워를 상징하는 에피소드다. 선거구획정 인구산정기준 시점과 인구증감에 따라 순천이 분구되고 여수가 하나로 통폐합될것이라는 추정외에 광주,전남의 선거구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패스트트랙 논쟁은 오는 4월 총선때까지 중요 이슈로 이어질게 틀림없다. 전국은 물론이고 이에 앞장선 호남에서도 표심을 움직이는 상당한 힘을 발휘할것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국민권익신장, 정의 구현과 거리가 먼 정권 보위(保衛)법에 앞장선 호남의원들에 대해 응징해야한다는 지역여론이 심상치않다.

이와달리 문재인 정권쪽에선 호남여론층은 개혁입법에 들러리선 호남의원들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년 호남총선은 정권심판이 아닌4+1 패스트트랙법과 관련된 호남의원 심판 프레임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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