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동/다산정신실천연구소

초스피드, 초연결 사회라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와 환경은 나, 우리집, 우리가족에 국한 되지 않는다. 이웃, 지역사회, 나라,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노인  빈곤, 복지 취약, 정부 불신 등의 어려운 여건에 봉착해있다.

이러한 삶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상실감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이런  세상을 보는 우리들의 사람 그릇 즉, 마음과 생각과 행동들은 사람들의 그릇 크기에 따라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나의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되돌아보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가 서있는 위치는 물론 나의 그릇이 얼마인가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지혜의 양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산의 사람 그릇”은 본인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것은 2년 반 동안 다산초당을 120여 차례 오르내리며 과연 다산은 어떤 그릇을 가졌기에  18년의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위한 500여권의 책을 쓸 수 있었을까? 늘 생각하면서 다산 선생과의 마음속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다산은 천주교 박해로 강진에서 18년의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언제 사약이 내려질지 모르는 공포감과 초조함, 절망감과 우울과 분노를 내쳐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리움, 간절함, 사랑, 위민, 애국으로 승화시켜 그 시련과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은 다산만의 그릇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 찬란했던 귀족생활에서 하루아침에 폐족으로 추락하여 1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외딴섬과 같은 유배지에서 보낸 시련과 고난 속에서 500여권의 저술을 통하여 다산학이라는 독특한 학문적 위업을 남겼다. 또 황상 같은 제자는 조선사회는 물론 중국에서도 그의 시를 알아줄 만큼 훌륭한 시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다산은 유배라는 올가미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일념으로 자신의 그릇을 채웠다. 그 다산의 그릇을 바라보면서 오늘날 비록 경제적으로는 풍족할지라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면서 다산의 사람 그릇을 통해서 새로운 우리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양도 결정된다. 사람의 그릇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다산의 사람 그릇은 과연 얼마나 클까? 상상 할 수가 없다. 500여권의 책은 물론 유배 18년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이룬 위대한 업적을 생각하면 그 그릇의 크기가 얼마나 클까 가히 짐작도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마음의 밭을 가꾸는 방법의 지혜서인 경학을 통해 마음 그릇을 크게  하는 일이며, 경세학을 통해 나라와 백성을 위한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방법 등등  오늘날 우리가 지녀야 할 소중한 지혜를 남겨주었다. 겉만 번지르르 한 그릇이 아니라 토기라도 온 마음과 사랑과 정성이 담긴 그릇처럼 우리 모두가 사랑 받는 사람 그릇이 되길 소망한다. 다산의 사람 그릇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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