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강진은 캠핑천국 … 새해도 더 많은 ‘노년 캠퍼’ 찾아오길

 

박 어르신이 청자촌캠핑장에서 강진의 따뜻한 기후에 만족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뒤로 보이는 것이 박 어르신의 집이자 생활 공간인 캠핑트레일러다.

 

강진서 머문 4년…이제는‘강진 홍보대사’
매년 이맘때면 강진청자촌캠핑장은 65세 이상 노년층이 모여드는 이른바 ‘실버(silver) 캠핑’이 주를 이룬다. 그것도 하루 이틀 머물다 되돌아가는 단순한 캠핑이 아니다. 짧게는 열흘부터 길게는 수개월 이상 머무는 이른바 ‘장박(長泊)’이다. 남쪽의 따스함과 자연의 신선함 그리고 저렴한 비용이 노년 캠퍼들의 마음을 움직여 강진으로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장박’을 이어가고 있는 박순종(79·서울시)어르신은 그중에서도 독특한 인물로 꼽힌다. 자신의 캠핑카에 머물며 강진에서 거주한 세월이 어느덧 4년에 가깝기 때문이다. 강진이 좋고 떠나기 싫었다는 게 그저 이유다.  

박 어르신의 추천에 강진으로 온 노년의 캠퍼들도 여럿이다. 최근 두 달 사이에 벌써 30명 가까운 ‘실버 캠핑족’들이 이곳을 찾았고 또 현재까지 머무르며 한 달 넘게 강진에서의 ‘장박’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예전부터 캠핑을 통해 박 어르신과 연을 맺어온 사람들이다.

박 어르신은 오는 새해에도 강진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강진의 멋스러움을 전국의 수많은 노년 캠퍼들에게 알려나가는 역할도 계속할 계획이다. 

 

 


●‘텐트→승합차→캠핑카’…노년의 캠핑 진화
지난 23일 대구면 청자촌에 자리한 '강진청자촌 오토캠핑장. 제2캠핑장으로 발길을 옮기자 다양한 모습들을 갖춘 여러 대의 캠핑차량이 눈길을 끌었다. 고정식형태의 카라반(캠핑용트레일러)이 놓인 1캠핑장을 제외하고 2캠핑장과 3캠핑장은 이용자들이 직접 이끌고 온 캠핑차량을 통해 이용료를 내고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박 어르신이 노년의 다른 캠퍼들과 강진캠핑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모두가 박 어르신과 캠핑을 통해 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만난 박순종(79)어르신은 오는 새해면 강진에서의 캠핑생활이 4년째에 접어든다. 박 어르신이 강진에 발길을 내딛게 된 것은 강진청자촌캠핑장의 책임자인 문시정 관리소장과의 오랜 인연이 계기가 됐다. 박 어르신과 문 소장은 강진으로 오기 전에 강원도 원주에서 캠핑을 하며 연을 맺었다. 

박 어르신이 캠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0년대쯤부터다. 박 어르신의 나이 40대 후반의 시절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삶이 힘들던 그런 세월이었다. 급기야 건강까지 악화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캠핑이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캠핑의 문화는 지금처럼 다양하고 세련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장비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텐트하나만 있으면 바람 따라 물 따라 전국 어디를 다닐 수 있었다.
 

박 어르신은 강진에서 장을 보고 끼니를 해결한다.

박 어르신은 예순 후반의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장박을 통한 캠핑을 시작했다. 캠핑장비는 텐트에서 승합차로 변화했다. 승합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다 멈춰선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잠을 자다 또 다시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식이었다. 장박 캠핑을 하고자 강진을 처음 왔을 때도 박 어르신은 승합차를 타고 왔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박 어르신의 캠핑카는 미국제의 고급 캠핑트레일러다. 국내에서는 4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값비싼 캠핑카로 강진에서 2년째 머물던 지난 2018년도 큰 딸이 선물해준 것이다.
 

박 어르신은 캠핑카 창문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3평~4평 남짓한 캠핑카 내부는 침실과 테이블, 싱크대, 화장실 등 기본적인 생활공간과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재료를 보관하는 방법부터 빨래법 등 곳곳에 박 어르신만의 특별한 장박 노하우가 숨어있었다.

이렇다보니 명절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만 있으면 서울에 사는 자녀들이 강진으로 내려오게 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생겼다. 서울에서 함께 살던 부인도 이제는 남편을 찾아 강진으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추석 명절에도 강진을 찾은 자녀들은 박 어르신의 캠핑카에서 함께 먹고 자며 나흘을 머물고 돌아갔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진군이라는 지역이 있는지도 몰랐던 그들이었다.
 

박어르신의 부인과 손녀가 작년 1월 캠핑카를 찾왔을 때의 모습이다.

박 어르신은 캠핑의 매력이 참 많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가족을 모이게 한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박 어르신은 “자연의 품속은 더 솔직하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 자연은 그 어떤 환경보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묘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며 “별빛이 쏟아지는 밤, 그윽한 달빛 아래 풀벌레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창밖의 풍경 등을 보며 가족들과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술잔을 기울이노라면 어떤 철옹성도 무너지고 만다. 특급 호텔이 주지 못하는 자연이 가진 힘이다”고 말했다.

 

●강진서 장보고 기름 넣고 … 월 생활비 100만원
박 어르신의 일상은 여느 강진군민과 비슷했다. 캠핑장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자리한 마량시장에 들러 그날 먹을 식재료를 구입하고 때로는 인근 식당에서 외식을 즐길 때도 있다. 한 달에 두 세 번은 마량에 있는 목욕탕을 가고 주말이면 강진의 관광명소를 들러 문화생활을 즐긴다. 차량에 넣을 기름 또한 대부분 강진 관내 주유소를 이용한다. 모든 소비의 90%이상을 강진에서 쓰는 셈이다.

박 어르신은 “주유비와 간식비, 식재료 등을 합하면 한 달 평균 100만원 정도는 거뜬히 지출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박 어르신의 추천에 강진으로 온 실버 캠핑객들도 여럿이다. 최근 두 달 사이만 벌써 30팀 가까운 실버 캠핑족들이 강진청자촌을 찾았고 또 현재도 머무르며 강진에서의 ‘장박’을 이어가고 있다. 캠핑이라는 문화가 유대관계 형성이 좋고 인적네트워크 또한 잘되어 있다 보니 입소문이 자연스레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강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자촌캠핑장 문시정 관리소장은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박 어르신을 '강진의 홍보대사'라고 칭한다”며 “특히 겨울만 되면 강진의 따뜻 기후와 다양한 관광지와 먹거리 등의 수많은 정보를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어 노년의 캠퍼들을 강진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어르신의 추천으로 강진을 찾는 노년 캠퍼들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씩을 머물고 있다. 그 지역도 다양해 전라남북도는 물론 서울과 경기도, 충청남북도, 멀리는 강원도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문 소장의 설명이다.

박 어르신은 장박을 즐기는 '실버' 캠핑객들을 보고 있을 때면 실버타운이 자연스레 형성돼 하나의 마을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별장과 다름없는 캠핑카들이 모이고 모이면서 하나의 터전을 만들고 그 공간이 확대되며 거대한 주거문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형태의 실버타운을 강진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조성해보면 분명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박 어르신의 생각이다.

박 어르신은 “노년의 실버 캠퍼들을 위한 오토캠핑장을 갖춘 곳은 전국적으로 드문 반면 실버캠퍼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며 “강진청자촌캠핑장을 잘 활성화하면 전국에서 으뜸가는 실버 캠핑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변의 공터를 적절히 활용하여 캠핑 축제를 개최해보거나 실버캠핑타운을 조성해보는 것도 365일 청자촌을 살리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어르신은 캠핑의 정의에 대해 “자연을 찾아가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자연의 세심한 변화와 숨결을 함께 느끼고 교감하는 것”이라며 “이보다 더 근사하게 자연을 누리는 방법이 있을까싶다. 단언컨대 캠핑은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가장 멋진 여행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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