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곤/취재부장

최소한 30년이 지났다. 강산도 세 번이나 바뀔 만큼의 긴 세월이다. 그 세월 동안 온갖 쓰레기를 품고 살아왔을 ‘산’을 생각하니 그 안타까움 또한 겹겹이 쌓이는 심정이다.

옴천면 황막리 한 야산에 쓰레기가 수십 년째 쌓이게 된 것은 ‘저장 강박장애’를 앓았던 주민 A씨가 그렇게 한 일이라고 마을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A씨가 지금으로부터 30~40년 이전부터 마을에서 나오는 온갖 쓰레기와 폐기물을 모아다가 산속에 쌓아놓고 숨겨 놓기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모든 물건에는 사용연한이 있기 마련이고 제 역할을 다한 뒤에는 올바르게 버려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A씨에게는 그러한 보편적인 법칙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옴천 황막리 야산의 쓰레기는 매립방식이 쓰레기 밑에 흙, 또 파내면 다시 쓰레기가 나오는 식으로 샌드위치처럼 땅속에 묻혀있었다. 마치 보물단지 마냥 비닐로 애지중지하게 감싸 산속 곳곳에 숨겨 놓은 것이다.
 
어디에 얼마만큼의 양이 묻혀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A씨는 부모를 잃고 야산 인근의 화신마을에서 혼자 살다 10년 전쯤 82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산은 마을주민들에 의해 한두 차례 정화됐다고하지만 지금도 눈에 보이는 쓰레기의 양은 물론 땅속에 묻힌 것까지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보이지 않은 눈길에 그리고 뻗지 못한 손길에 그대로 파묻혀 있을 쓰레기가 앞으로 50년이고 60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항상 존재한다. 지구는 유한하고 무한정한 성장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황막리의 야산의 쓰레기가 계속돼 방치되고 그 세월이 오래도록 지속되어간다면 훗날 주민들에게 또는 인근 마을사람들에게 어떠한 악영향으로 되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해결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황막리 야산 쓰레기에 대한 진실을 기사를 통해 알리고 이를 통해 강진군과 옴천면은 이런저런 해결책을 강구하고 계획을 세우고는 있다지만 당장 작업에 필요한 예산을 가져올 수는 없는 일이고 접근성에 있어 장비를 동원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시기가 당장 내년이라도 해결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광범위하게 묻혀 있을 쓰레기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 과정과 시기가 빠르게 해결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황막리 야산의 쓰레기 문제를 오로지 행정기관의 몫으로만 떠넘기고 의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강진의 여러 사회단체나 기관이 함께 나서 힘을 모으고 지혜를 쌓는 법도 고민해볼 일이다. 우리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새로운 시작을 위해 황막리 야산으로 발걸음을 함께 내딛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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