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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얼마만큼 묻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옴천 화신마을 야산에 쌓인 하얀 비닐 뭉치의 비밀
김응곤 기자  |  ju@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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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6  19: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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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쓰레기 주워다가 보물단지 마냥 야산에 보관
주민들, “범인은 10년 전 사망한 마을 주민 A씨”


   
주민 A씨가 수십년 전부터 옮겨 놨을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들이다. A씨는 마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주워다가 인근 산속으로 가져가 하얀 비닐로 꽁꽁 감싸뒀고 또 일부는 수풀 틈에 숨겨 놓기까지 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혼자 살다가 10년 전쯤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옴천면소재지에서 북동쪽으로 2㎞지점에 자리한 황막리 화신마을. 이곳의 한 야산에 의문의 쓰레기더미가 쌓여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4일 현장으로 향했다.

화신마을에 도착했을 무렵 시계는 오전 9시45분을 가리켰다. 마침 마을주민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회관 앞을 지나고 있었다. 곧장 여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야산의 쓰레기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여성의 손가락 끝이 회관 맞은편에 보이는 야산쪽을 향했다. 그 거리가 300미터도 되지 않은 가까운 위치였다.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남성이 다가왔다. 익명을 요구한 남성은 쓰레기더미에 대해 제법 많은 얘기를 털어놨다. 쓰레기가 쌓인 위치들도 간략히 설명했다.

   
 
“하천을 건너 산속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의문의 형체들이 눈에 띌 것이다. 겨울에는 그 모습이 멀리서도 쉽게 보이지만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접근하기조차 힘들다. 더구나 그 양복차림으로는 금세 옷이 찢길 테니 그냥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남성의 만류가 계속됐지만 쓰레기더미의 실체가 파악된 이상 되돌아 갈수는 없었다. 카메라를 메고 무작정 야산 방면으로 발길을 내딛었다.

예상대로 온갖 수풀과 가시넝쿨이 무성하게 자라 번번이 앞길을 가로 막았다. 그저 정장 웃옷을 방패삼아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발걸음을 몇 발자국 더 내밀자 양옆으로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수풀 사이로 하얀 비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멀리 보이는 것들은 그 모습이 흡사 하얀 암석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그만큼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었다. 

   
 
비닐은 무언가를 꽁꽁 감싸거나 눈에 띄지 않게 덮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비닐을 뜯어내고 조심스레 속을 들춰봤더니 온갖 생활쓰레기는 물론 건축자재 등 각종 폐기물이 모습을 내비쳤다. 일부 쓰레기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식돼 있었고 수십 년 전에 판매됐을 것으로 보이는 옛 음료병들도 눈에 띄었다. 

바로 옆의 또 다른 비닐도 벗겨봤다. 이번에는 의자와 폐가구 등이 잔뜩 쏟아져 나왔다. 매립방식이 쓰레기 밑에 흙, 또 파내면 다시 쓰레기가 나오는 식으로 샌드위치처럼 땅속에 묻혀있기도 했다. 누군가 무심코 버린 것이 아닌 마치 보물단지 마냥 비닐로 겹겹이 감싸 산속 곳곳에 숨겨 놓은 것이다. 

산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흰색 비닐로 감싸놓은 정체불명의 물체들은 계속해 발견됐다. 그 거리가 족히 100미터는 넘어 보였다. 사실상 쓰레기 산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마을야산에 이토록 많은 쓰레기를 가져와 숨겨둔 것일까. 궁금증은 주민들에 의해 쉽게 풀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범인은 마을 주민이었던 A씨라는 것. 지적장애를 가진 A 씨가 지금으로부터 30~40년전부터 마을에서 나오는 온갖 쓰레기와 폐기물을 모아다가 산속에 쌓아놓고 숨겨 놓기를 반복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A씨가 사용 여부에 관계 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이른바 ‘저장 강박장애’을 앓고 있었다는 얘기다. A씨의 저장 강박장애는 한국전쟁 이후 그 증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을의 한 주민은 “6.25전쟁이 발발하고 A씨가 부역을 가게 됐는데 그 때 폭격소리에 놀라 산속으로 숨어들더니 그 이후부터 마을의 쓰레기란 쓰레기들은 죄다 주어다가 산속으로 들고 사라지길 반복했다”며 “그렇게 쌓이고 쌓이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A씨의 행동을 말리고 한 차례 환경정화 활동도 실시했지만 이후에도 A씨의 특이한 행동은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미혼이었던 A씨는 부모를 잃고 혼자 살다 10년 전쯤 82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양이 어떻게 숨겨져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온갖 쓰레기가 야산에 수십 년 동안 방치되면서 인근 하천의 오염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화신마을은 마을을 애워 싸고 하천이 흘러내려 동으로는 죽림교, 서쪽으로는 황곡교, 남쪽으로는 화신교, 북쪽으로는 동막교의 다리가 있다.

화신마을 한 주민은 “주민 수가 적은 마을인데다 대다수가 고령자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정화활동에 나서기는 무리다”면서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정비가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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