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화북동의 한자 지명은 특이하게도 벼화(禾)에 북녘북(北)을 사용한다. 육지에서 쌀이 건너와 도착한 곳이라는 뜻이다.

지명이 주로 해당지역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을 감안할 때 다른 곳에서 도착하는 상품을 의미하는 지명을 붙힌 사례는 흔치 않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제주도에서 육지에서 쌀이 도착하는 곳은 지명을 그렇게 붙여서 기념해야 할 정도로 의미있는 곳이었으리라.             

군동 백금포에서 실려가던 쌀도 대부분 화북항에서 하역해 제주도내에서 유통됐다. 화북항에는 지금도 해신사(海神祠)가 있다.

제주도에서 육지로 떠나는 배는 반드시 이곳에서 바다의 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2006년 제주~ 마량간 떼배(뗏목) 항해 재현 행사때도 제주도시사가 참석해 해신사에서 제를 올렸다.  

화북은 쌀 뿐아니라 조선시대 제주에서 사육되던 제주말이 강진의 마량으로 운송될때 이용되던 항이다. 제주말이 육지로 들어온 것은 고려 문종 27년(1073)에 제주마를 공물로 바친 기록이 시초다.

지금으로부터 1036년전이다. 강진에서 마량(馬梁)이란 지명은 세종 6년 때인 1429년에 처음 등장한다. 오래전부터 제주말이 마량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마량에 5마지간(五馬之間)이 생겼을까. 오마지간은 마량의 원마(元馬), 숙마(宿馬), 땀마(신마마을), 백마(白馬), 음마(飮馬)마을을 의미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871년 중반까지 제주에서 육지로 말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에서 왔던 말을 길들이던 목장터도 강진에 있다. 대구 남호마을에서 시작해 대구 구수마을을 거쳐 장흥 대덕 회진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돌성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름은 마유성, 그러니까 말이 묵어 갔던 성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량면청년회와 제주시 화북동 연합청년회가 7년째 교류행사를 하고 있다.

두 지역 청년회는 2007년 제주마생산자 협회에서 마량 숙마마을에 제주 조랑말 2필을 기증한 것이 인연이 되어 2013년 자매결연을 맺었다.

매년 교환방문을 하는데, 올해는 9월 말에 마량청년회가 화북동을 방문해 강진쌀도 팔고 김, 다시마도 팔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이번 청자축제때도 제주향우회 회원들이 참석했고, 같은날에는 제주시 상인들이 따로 강진을 방문해 우정을 나누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곳에서 제주-강진, 강진-제주의 교류는 계속되고 있다. 1036년전 시작된 교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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