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는 우리나라 서남쪽 끝자락에 있는 섬이다. 이번에 태풍 링링이 지나갈 때 초속 52.5m의 강풍이 불었다는 바로 그 섬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나주 밤남정에서 흑산도로 유배가는 형님 정약전과 헤어지면서 ‘흑산은 아득한 곳 바다와 하늘 뿐인데 형님은 어찌하여 그 속으로 가시나요’라고 울부짖었는데, 그 흑산도에서도 쾌속선을 타고 남쪽으로 2시간 30분을 더 가야 있는 곳이 바로 가거도다.

강진에도 가거도가 있었다. 가거도횟집이다. 가거도 출신 최 사장(58)이 남편과 함께 8년전에 강진읍 동성리에 문을 연 횟집이다. 최 사장은 가거도 아가씨였다.
 
흑산도 아가씨보다 가거도 아가씨가 더 예쁘다고 할 때였다. 그곳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아버지의 1남4녀중 장녀로 태어났다.

매일같이 사발 소주를 마시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섬에 자생하던 후박나무 껍질을 벗겨 목포에 내다 팔았다. 그 생활이 힘들어 잠시 광주에 나와 생활하다가 30여년전 강진사람과 결혼하면서 정착했다. 

결혼과 함께 시작한게 다방이었다. 목각을 잘했던 남편이 갖가지 모양의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10여년 전부터 다방손님이 많이 줄어 들었다. 갑자기 가거도가 그리워졌다. 다방을 횟집으로 바꾼 후 이름은 가거도라 지었다.

가거도 횟집의 특이한 메뉴는 거북손이란 별난 해산물이었다. 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부채처럼 생긴 거북손이 항상 나왔다. 표준어로 보찰이라는 갑각류인데 정기적으로 가거도에서 택배로 가져 왔다. 거북손이 나오는 횟집이 있긴 하지만 가거도 거북손이 훨씬 크고 살점이 두터웠다.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 “다섯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는데 바깥쪽 두 봉은 낮고 작으나 다음의 두 봉을 안고 있으며…”라고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감상하듯 거북손을 묘사했다. 그렇게 귀한것을 ‘쓰끼다시’로 먹을수 있는 곳이 가거도 횟집이었다.

가거도 횟집은 거북손과 함께 가거도에서 공수해 온 따개비(표준어는 배말)란 삿갓조개가 별미였고, 진한 국물맛을 내는 불볼락도 가가도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가거도횟집에서 맛보던 거북손과 따개비, 불볼락을 만날 수 없게 됐다. 횟집이 문을 닫았다. 몇 달전부터 여사장은 횟집을 접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건강이 안좋다고 했다. 마침 강진군이 횟집자리에 공공건물을 지으려고 건물을 매입하려하자 그렇게 했다.

그러다가 최근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아예 사라졌다. 다방을 거쳐 횟집으로 명성을 날렸던 건물이 없어지자 그 자리에 아쉬움이 남았다. 가거도가 강진에서 조용히 막을 내렸다.<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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