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1주일이 지나면 추석이지만 최대 민속명절 축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왔다. 게다가 희망을 찾지 못한 일상에 짓눌려 명절은 관심권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도 추석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오겠다는 외지의 자식들을 막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가족간 대화의 시간을 피해갈 수 없다. 조국 후보 자격논란, 뒤걸음질치는 경제, 개선되지 않는 민생, 지겨운 여야 정쟁, 진척없는 비핵화, 반일감정 악화 등은 빠질 수 없는 추석 밥상머리 이야기거리들이다.

그러한 현안들은 모두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난제들이다. 짜증스럽게 만드는 그러한 국정난제에 화목한 시간을 빼앗긴다는 건 너무 아깝지않는가. 민생가까이에 있는 지자체 쪽으로 대화의 방향을 돌리는 게 가족모임의 참뜻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군정 현황과 군수의 직무수행능력, 공약이행, 각종 정책들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곁들이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이러한 대화거리는 절망적인 국정과 달리 개별사안마다 희망적 요소를 담고 있어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강진의 수석전시관 건립이다. 2022년 건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지난달 공청회까지 마쳤다. 수석수집가가 4천여점의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함에 따라 성사된 사업이다. 청자촌에 민화박물관에 이어 수석을 더하고 분재,야생화, 난을 접목시켜 볼거리의 다양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강진군의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청자촌 관광 시너지효과가 일어 강진 전체 관광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긍정평가를 내리면서도 군민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민의 수렴과정을 중시한 공복으로서의 바른 자세가 군민의 공감을 샀으리라.

공청회 결과와 지역여론 동향보도를 보면 결정적 걸림돌은 없는것으로 보여진다. ‘결정적’이라는 표현은 사업자체가 무산될 것 같지 않다는 의미가 담긴 지극히 개인적 평가다. 표면에 드러난 문제점들은 경제성과 기부 작품에 대한 댓가지불로 요약된다.

보는 이에 따라 사치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는 수석전시관을 55억이라는 거액을 들여 건립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근원적 문제제기다. 구체적으로 청자축제의 시너지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강진관광활성화 효용 가치가 투자비만큼 나타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와 함께 기증한 수석가치를 평가한 후 최소한의 예우차원에서 검토중인 20%정도의 사례금 지급도 쟁점이다.

수석은 자연경관을 비롯 동식물, 특정 인물등의 형상과 문양, 색채를 담고 있는 기이한 자연석이다. 환상적인 추상미를 발산하여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마력을 지녔다. 두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정도의 무게를 지닌 수석은 천연그대로 실내에 두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 자연석과 비교되는 특성이다.

또한 수석을 수집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도 통념 밖의 사실이다. 수석애호가들 뿐만아니라 일반인도 수석앞에 서면 감흥이 강하게 일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관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석의 매력이다. 가우도 관광벨트에 속한 청자와 한국민화박물관 가까이에 4천여 점의 오묘하고 기이한 수석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들어선다면 외지인의 관광마인드를 자극할 게 틀림없다.

신강진 관광 자산 가치와 함께 기증자에 대한 사례문제도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발적 기증의사에 의해 사업이 구상됐으므로 사례금지급은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석을 모으는데 거금이 투입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작품하나에 수십억을 홋가하기도 하지만 수석애호가들은 소장품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고귀한 정신도 감안해야 한다. 수석 수집은 자신이 발굴한 것에 대한 영구소장과 공유가치에서 출발한 것이지 상술과 부의 축적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신념 때문이다. 

한국최고 수석수집가로 자부하는 순천시의 박병선씨(69)는 전국에서 진귀한 돌을 가장 많이 보유해 ‘수석 기인’으로 불린다. 40여 년 동안 8000여점을 모았으며. 지금껏 투자 금액만 100억원을 웃돈다고 보도됐다.
 
10억원을 호가한다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은 비싼 값에 팔라는 유혹도 많았지만 단호히 거절해왔다. 오로지 박물관을 설립하겠다는 일념이 기인의 옹고집을 지켜왔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사례금 논란은 기부자에 대한 자존과 명예가 걸린 사안이므로 신중하게 다루어야한다.

다산초당-가우도-청자촌-마량-고금-신지-완도읍-청산도를 잇는 관광벨트는 강진군이 사수해야할 관광 생명선이다. 관광 생명선을 지키는 허브는 청자촌과 가우도 일대라는 게 개인 생각이다. 수석전시관은 허브기능을 강화시키는 호재가 될 것이다.

청자박물관 부근에 4천여점의 수석이 전시된다면 이를 패싱할 관광객이 있을까. 청자촌, 민화와 수석전시관을 한데묶어 통합 관람료제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 수석전시관은 강진관광을 부흥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 군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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