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곤/취재부장

“주변의 눈치를 보며 생활 할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의 현실이죠. 솔직히 서글픕니다.” 지난 14일 강진에 사는 한 지인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보내온 말이다.

지인 A씨는 작년 12월 일본여성과 결혼해 강진에 신혼집을 꾸렸다. A씨의 부인은 이웃 주민들과 제법 잘 어울렸다고 한다. 낙천적 성격덕분이기도 했고 쾌활한 모습이 관계를 형성하는데 꽤나 도움이 됐다.

주민들도 그런 이웃 나라의 젊은 여성을 좋아했다. 마을어르신들은 때론 포옹을 해주며 그녀의 인사를 따뜻이 받아줬다. 지난 8개월간의 생활이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활이 여간 낯선 게 아니라고 한다. A씨의 부인은 최근 부쩍 악화된 한일 관계에 따른 사회적 시선을 느껴서인지 대문 밖 활동을 꺼린지 수일 째다.

밖의 세상이 매섭고 일부 보수 여론은 살벌하기까지 하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A씨는 “혹여 부인이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일본인 이주여성이 겪는 심적 부담과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물론 특정인의 사례를 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설명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의 사회적 현실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의 경제 보복 도발로 시작된 반일(反日)운동이 번지고 그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강진읍내만 둘러봐도 일본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가득하다.

지역사회단체에 이어 기관들까지 합세하며 일본 불매운동을 향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물론 정당하고 옳은 주장이고 필요한 목소리다.

하지만 불매운동에 반일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인 다문화가정들이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는 것은 여러 이유에서라도 관심을 가져봐야 할 사안이다. 그 가정의 아이들이 현수막을 보고 상처를 받거나 하는데 대한 생각도 충분히 가져봐야 할 일이다.

군에 따르면 7월말 기준, 강진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여성은 33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내 외국인 이주여성(229명)의 14%를 차지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내부 분열이다. 그 수의 많고 적음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반일’대상은 한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싸울 대상은 ‘아베 정권’이지 일본인이 아니다. ‘반 일본’이 아니라 ‘반 일본군국주의’고 그를 계승하는 아베 정권이다. 평화와 인권에 역행하는 극우와 보수를 반대하고, 반대해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우리 주변의 일본인들에게는 평소와 다름없이 마음을 열고 포용하는 품격과 도량을 보여야 한다. 좋은 이웃이란, 그리고 변치 않을 인간관계란 어딘가에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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