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안/편집국장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다. 이 말은 요즘 강진군에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강진군과 호봉제 임금협상을 해온 공무직(무기계약직) 노동조합이 지난 17일 결국 출정식을 갖고 파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월부터 군과 해왔던 호봉제 전환 협상이 파국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호봉제 도입은 찬성하지만 기본급 체계를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크다. 노조는 일반직 공무원 9급 31호봉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군은 열악한 강진군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9급 15호봉을 상한으로 하자고 이야기 한다.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서 결국 전남도내에서 강진군만이 유일하게 호봉제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공무직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또 파업이후 공무직 직원과 일반 공무원들과 갈등도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지방자치제 시행이후 강진군 모든 공직자들의 총 인건비 액수에 제한이 있다. 총액 인건비라는 부분인데 약 5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초과하게 되면 군비로 부담해야 되며 패널티도 부과된다.
 
이때문에 공무직 직원들의 몫이 늘면 일반직 공무원들의 몫은 줄어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무직과 일반 공무원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강진군은 전진하느냐 후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목포~보성간 철도와 광주~강진간 고속도로 공사 등 대형 SOC 사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경제불황속에 대부분의 관광도시들은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진군은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강진산단 분양은 완료됐지만 앞으로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가동으로 이어지도록 해야할 일도 많다.

이처럼 문화, 관광, 경제 등 각 분야에서 향후 강진의 100년을 좌우할 굵직한 일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군청 내부의 갈등은 강진군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노조측에서는 재정여건이 어려운 강진군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고 군에서는 노조 조합원도 동료이자 강진군민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 한걸음씩 양보한다면 자연스럽게 문제는 풀어질 수 있다. 그래야만 전남에서 유일하게 호봉제 도입을 하지못하고 있다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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