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가든과 청월가든 시작으로 도로따라 닭집 7곳 줄지어 영업

강진의 가든문화 상징… 하루에 닭 100마리 판매하던 명소
IMF 이후 하락세 줄줄이 폐업, 현재 장미산장만 남아


금곡사는 한때 요즘으로 말하면 맛집거리였다. 이 곳 일대에는 닭집들이 7곳 정도가 영업을 했는데 매년 여름철이면 점심시간부터 자정무렵까지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닭집들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금곡사 닭집 붐을 이끌었던 약수가든 건물마저 철거되면서 금곡사 닭집의 전설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장미산장 한 곳만 남아있다.

금곡사 닭집의 역사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시작됐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군동면에서 작천면 방면으로 까치내재를 넘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주막들이 있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이는 방랑시인으로 유명한 김삿갓의 시비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약수가든과 함께 김칠홍씨가 1970년 문을 열었던 청월가든의 모습. 현재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금곡사에서 닭집을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은 약수가든이다. 금곡사 절로 올라가는 입구 바로 옆에 자리잡은 약수가든은 1940년 무렵 초가집 주막으로 시작했다. 이후 정문자씨가 이어받아 식당을 운영했다. 이때부터 닭과 오리백숙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뒤를 이어 1970년 김칠홍씨가 옆에 청월가든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약수가든과 청월가든 2곳으로 시작된 닭집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방도 829호선을 따라 3~4곳이 더 생겨나면서 금곡사 일대는 닭집 거리가 됐다.

이 곳 닭집들은 매년 7~8월이면 점심 장사부터 시작해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당시 인기메뉴는 역시 닭백숙이었다. 닭백숙은 관내 닭집에서 닭을 받아 조리를 해서 나가는 시스템이었다.
 
가격은 대략 1마리에 2천~3천원선이었던 것으로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1977년 신입 공무원 첫 월급이 대략 5만원정도였으니 닭백숙은 당시로서는 고급 음식이었던 셈이다.

이때 닭집들은 전성기때에는 닭이 하루에 100마리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였다. 이렇게 두달 동안 번 돈으로 1년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었다.

1960년대 금곡사에서 가장 먼저 닭집을 열었던 약수가든의 철거전 모습.
금곡사 닭집들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변 경관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금곡사 입구에는 넓은 공터가 조성돼 있어 차량들이 주차하기 쉽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바라보면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있어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이었다.

여기에 금곡사가 있었고 주변에 물놀이와 목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여름철이면 사람들이 줄서서 이 곳을 이용할 정도였다.
 
금곡사 주변에 2곳에 물맞는 장소가 있었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어서 한 여름에도 뼛속까지 시원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물을 맞으면 여름철 땀띠도 사라질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곡사는 사실상 유원지라고 부를 정도로 여름철 사람들이 자주 놀러오는 그런 곳이었던 셈이다.

강진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맞고 나서 금곡사 닭집에 앉아 닭백숙과 김치를 곁들여 먹으며 여름을 보냈다. 또 청월가든과 약수가든 등 대부분의 닭집들은 닭백숙 외에 김치 맛도 유명했다.

김치 먹으러 온다는 말을 할 정도로 닭백숙과 잘 어우러진 김치맛은 일품이었다. 하루에 100마리 이상씩 판매를 하다보니 일손이 부족해 근처 금곡마을 주민들이 이 곳 닭집에서 일당을 받으며 일을 도왔다.

군동 금곡 최귀단(76) 어르신은 “해마다 7~8월이면 닭집들이 일손이 부족해 일을 하러 다녔는데 오전부터 일을 시작해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음식을 날라야만 했다”며 “이때 금곡마을에서만 5~6명 정도가 닭집에 일을 하러 다니며 쏠쏠한 부수입을 챙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황을 누렸던 금곡사 닭집들은 90년대 초중반까지도 어느 정도 유지하며 번성했으나 2000년대 이후에 접어들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당시 비포장 도로였던 곳들이 대부분 포장되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여름에 외지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구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불황을 겪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닭집들은 하나 둘씩 폐업하기 시작했다.

청월가든도 2013년 폐업했고 약수가든도 비슷한 시기에 문을 닫았다. 청월가든과 약수가든은 지난해까지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나 금곡사 벚꽃길 나들이 행사로 인해 건물마저 철거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청월가든을 운영했던 김칠홍씨는 군청 해양산림과 김강훈 산림관리팀장의 부친이다.

김강훈 팀장은 그 시절에 대해 “아버지는 읍내 닭집에서 닭을 받아 백숙으로 팔았는데 닭발과 김치도 별미로 인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위생문제로 닭발을 팔 수 없게 됐고 IMF를 겪으면서 불황으로 인해 급격히 하락세를 겪은 데다 아버지가 2013년 작고하시면서 장사를 접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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