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가 벌려놓았다는 지브롤터 해협 건너 북아프리카로

강진일보에서는 지구촌, 글로벌시대를 맞아 <유헌 시인의 세계기행>을 싣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기행 편입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독자나 다녀오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첫번째로 1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편집자주

연재순서
①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 심장부에 첫발을 딛다
② 중세로의 시간 여행, 그 첫 여정
③ 바람의 언덕에서 돈키호테를 만나다
④ 살라망카 플라자 마요르광장에서 중세를 읽다
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그 지구 끝으로
⑥ 플라멩고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⑦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⑧ 낯선 모로코에서도 태양은 떠오르고
⑨ 파랑으로 물든 그곳, 쉐프샤우엔에서 길을 묻다
⑩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⑪ 유럽의 발코니 프리힐리아나로
⑫ 발렌시아 왕국의 흔적을 찾아
⑬ 사그리다 파밀리아, 그 감동 속으로

카사블랑카로 유명한 모로코 탕헤르

스페인 남부 타리파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쾌속선으로 50분이면 닿는 곳,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탕헤르.
오후 1시 20분 세비야를 출발했다. 모로코로 가기 위해서는 스페인 최남단의 작은 항구도시 타리파에서 페리를 타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야 한다. 세비야에서 강행군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라 졸음이 밀려온다.

세비야 시내를 벗어나자 다시 해바라기 농장이 이어진다. 수채화 물감이 번져가듯 노란 미소가 물결처럼 출렁이고 있다. 타리파는 브라질 작가 코엘료의 대표작 ‘연금술사’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주인공 산티아고가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양치기가 되어 순례의 길을 떠나는 출발지가 타리파항이란다. 우리 일행은 오늘 그 해로를 따라 모로코 탕헤르로 갈 것이다.

차창 밖 언덕 가까이에 풍력발전을 위한 풍력계가 바람개비처럼 수도 없이 돌아가고 있다. 바로 눈앞에서 춤을 추는 대형 풍력계는 색다른 볼거리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바다가 보인다. 저 너머는 아프리카 땅일 것이다. 구불거리는 도로를 한참을 더 내려가 파티마에 도착했다. 세비야에서 파티마항 까지 3시간이 걸렸다.

이베리아 반도의 최남단, 스페인의 작은 항구도시 타리파.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면 아프리카 땅이다.
파티마항은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바로 출국수속을 밟았다. 쾌속 페리이기 때문에 리무진 버스는 2대까지만 실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국내 다른 여행사 팀들은 무거운 캐리어를 밀고 배에 오르는 불편을 겪고 있었다.

단체는 우리나라 사람들뿐이었다. 간단한 출국수속을 마치고 배에 올라 다시 입국수속을 했다.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배안에서 입국절차를 밟는다고 했다.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모로코 현지인인 듯 히잡을 두른 여인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손을 흔들어 그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해 주었다. 때 묻지 않은 그들의 미소와 눈빛. 입국수속을 끝내고 자리를 잡는데 뒤늦게 그들이 수속을 밟는다.

그때는 이미 페리가 출발한 상태였기 때문에 배가 더 심하게 흔들렸다. 이방인들을 위한 그들의 배려가 고맙고 한편으론 미안하다.

스페인 타리파에서 모로코 탕헤르까지는 바닷길로 불과 27km. 그리스 신화 영웅 헤라클레스가 벌려 놓았다는 지브롤터 해협으로 연결돼 있다. 고속 페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린다.
 
타리파항의 구즈만 성이 서서히 멀어져 간다. 여행객들은 배안 이곳저곳을 오가며 지중해의 물빛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50여분 후 북아프리카의 관문 모로코 탕헤르에 도착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탕헤르는 해가 중천이다. 스페인과는 원래 1시간의 시차가 나지만 라마단 기간이라 2시간이 더 늦게 간다고 했다.

스페인 여행 중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매번 마주친 우리 한국 여행객들이 있었는데 가이드는 그들을 카사블랑카 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에 비해 우리 일행은 참 좋은 여행 코스를 택했다고 몇 번이나 치켜세웠었다.

영화 등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카사블랑카 코스를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리 추천할 만한 코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동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볼거리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시절에 자주 들었던 언덕 위의 하얀 집 카사블랑카라는 노래가 내 향수를 자극했고 오드리 햅번 주연의 ‘카사블랑카’에 홀려 그곳에 가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결국 러시아 항공과 카타르 항공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카사브랑카가 빠진 대신 쉐프샤우엔이 들어간 카타르 항공 상품을 택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참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가이드는 또 우리가 오늘 묵게 될 탕헤르의 숙소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최악의 카사블랑카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니까 안심하라고 했었다. 그래서 탕헤르 숙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호텔에 들어섰다.

탕헤르의 호텔은 현대식 외양과는 달리 룸이 심플하고 검소했다. 문제는 이상한 냄새였다. 지린내 같은 게 방안에 가득했다. 그게 그곳 아프리카 숙소 특유의 향이러니 생각하니 이내 편안해진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의 첫 밤이 깊어간다.<계속>   유헌(시조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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